대붕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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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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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철새가 어찌 붕새의 이치를 알랴?

이맘때가 되면 철새들로 조용했던 거리가 활기차다. 목이 좋은 교차로에는 선수교체라도 하듯 난리다. 4·15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과 후보를 알리기 위해 도우미들이 형형색색의 잠바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올해는 예년보다 정당의 수가 많이 늘어나 잠바 색깔도 다양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선거운동이 청각보다는 시각에 신경을 쓴 모양새다. 지금 한국은 코로나19 보다는 총선이 더 급한가 보다. 장기전으로 이어진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이 나라를 맡길만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안목을 과연 제대로 가졌을까?

국민의 반응은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에 비교해 괴리감이 있다. 후보자들의 공약은커녕 어떤 후보자가 나왔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국가를 위해 진정한 일꾼을 찾기보다는 “나”와 후보자와의 유대관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표심이 철새처럼 옮겨 다닌다. 어쩌면 만연해온 한량한 동정심이 빚어낸 사회적 병폐 현상이 아닐까. 어디까지 바닥을 쳐야 국민은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을까?

선거철만 되면 피치 못할 웃음거리가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시골에는 후보자들이 집마다 고무신과 담배를 돌렸다. 심지어 어르신네를 버스에 태워 읍내로 모시고 가 음식 대접을 했다. 어린 나는 어르신네들이 어느 후보자가 인심이 후하니 그 후보자를 찍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 어느 해 이웃 할머니가 선거하고 와서는 한걱정하는 것을 봤다. 밥을 세 번 얻어먹었는데 도장을 그 후보자 밑에 두 번만 찍고 와 한 번 더 못 찍은 것이 마음에 켕긴 것이다. 까막눈의 할머니도 후보자나 정당 수가 적어 지레짐작으로 본인이 원하는 후보자 밑에 도장을 찍었다.

올해 21대 총선은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48.1㎝나 되니 혼선을 빚을 것으로 예상한다. 비례대표 참여 정당만 35개나 되니 이대로 이어진다면, 개나 소도 수권獸權을 주장하며 정당에 참가하겠다고 나설까 두렵다. 간결할수록 선명하게 다가오는 세상, 후보자도 공약도 간결할수록 유권자들이 받아들이기 쉽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줄줄이 엮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유권자들도 정치인들을 욕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후보자들의 자질과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하는지 자문해보자. 선거판도 번잡해서는 안 된다. 번잡하면 일이 많아지고, 일이 많아지면 마음이 어지러워지고, 마음이 어지러워지면 근심이 생긴다. 후보자 입에서 나오는 공약은 바람의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약에는 유권자를 움직이는 힘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후보자나 유권자가 도추道樞를 가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내 편을 만드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영리한 대한민국 국민이나 정치인들이 이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후보자를 보좌하는 주위 환경이 후보자를 수렁에 빠뜨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유럽에서는 한국인을 제2의 유대인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한국인이 우수한 민족이라는 뜻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것을 볼 때 정치인보다 국민이 대처하는 능력이 훨씬 우수하다. BESA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확산은 세계 외교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으며, 세계 보건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아시아국가 중 한국이 성공적인 `소프트 파워'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4·15 총선, 대붕처럼 높이 날아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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