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뺨치는 선거 `족집게'
기자 뺨치는 선거 `족집게'
  •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20.04.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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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선거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판세를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취재현장을 뛰다 보면 정보가 많고 여론을 잘 알 것이라고 믿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혼전 양상을 보일 경우 기자들에게 선거 결과를 예측해달라는 부탁이 많습니다.

최근 선거 여론조사 대부분이 10% 미만의 응답자를 상대로 후보들의 우열을 가리다 보니 선거 결과와 다른 상황이 허다합니다.

제가 아는 선거 전문가 중 한 명은 정당 지지율을 보지 말고,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봐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전국 판세를 읽는 것만 도움이 됩니다.

영호남과 달리 충북처럼 여야가 치열하게 싸우는 곳은 선거 결과를 예상하는 것이 더욱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후보와 그의 측근들은 기자들에게 정보를 의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선거구가 혼전 양상으로 갈 경우엔 기자들의 예상도 정보력의 한계로 틀리는 사례가 많습니다.



#2014년 충북 지방선거는 2년 전 지방선거와 달리 여당과 야당의 격전이었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는 충북은 물론 전국적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여당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6년 전 지방선거는 곳곳에서 혼전 양상을 보였습니다.

자치단체장 후보 중 A후보는 특유의 꼼꼼한 성격으로 당선이 확정된 상태에서도 인터뷰를 하지 않아 기자들의 애를 태웁니다.

그러나 A후보는 6년 전 선거에서 투표가 끝난 뒤 자신의 당락을 예측한 것은 물론 상대 후보와의 격차도 정확하게 예상해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A후보에게 득표 격차에 대한 전망을 들은 것은 아니고, 선거 캠프에 나가 있는 기자에게 투표 종료 직후 들은 것이지만 선거 결과를 보고 `족집게'라고 감탄했습니다.

A후보가 출마한 선거구는 유권자가 많은데다 지역별로 여당과 야당의 우열이 뚜렷하지 않은 곳이 부지기수였습니다.

A후보는 6년 전 여야 혼전 속에서도 자신이 2천여 표 차이로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선거 결과도 엇비슷했습니다.

이에 따라 충북도내 정치인 중 `기자 뺨치는 선거 전문가'를 꼽으라고 하면 저는 A후보를 1순위로 뽑을 것입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제 개인적으로 A후보에게 선거 전망을 묻고 싶지만 그의 신중한 성격 때문에 답을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유봉열 전 옥천군수는 군의원에서 시작해 군의회 의장을 거쳐 군수까지 역임했습니다.

유 전 군수는 군의원 선거, 의장 선거, 군수 선거까지 연달아 당선되면서 `선거의 달인'칭호가 무색하지 않습니다.

특히 그는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뒤 충북에서 최초로 군수 3선 연임에 성공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제가 일간지 기자로 유 전 군수를 만날 당시 총선이 치러졌습니다. 선거 투표가 끝난 뒤 사석에서 그는 보은·옥천·영동 등 남부3군 선거구별 득표 전망을 내놨습니다.

유 전 군수가 옥천 득표 전망을 맞춘 것은 어느 정도 이해했지만 보은과 영동 득표 전망도 선거 결과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놀랐습니다.

그가 생존했다면 저에게 총선 전망을 들려줬겠지만, 이제 세상을 떠나 답을 들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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