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정당 유감
비례정당 유감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04.0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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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2017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오바마 케어 폐지 주장에 열광하며 자신은 ACA법안의 혜택을 받고 있으니 괜찮다는 트위터리안이 화제가 됐다.

오바마 케어의 정식명칭이 ACA법안이니까 내용도 모르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것이다.

실제 ACA 법안의 혜택을 받고 있는 대다수의 빈민층 유권자들이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의 오바마케어 폐지 주장에 동조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보수진영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후보에 대한 저소득층의 지지율은 62.9%였다.

진보 성향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지율 22.5%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저소득층의 56.3%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율은 34.6%에 그쳤다.

특히 박 후보를 찍은 고소득층이 46.2%, 중소득층은 46.1%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저소득층이 상위 계층보다 보수를 더 지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5년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자 보수 언론들은 세금폭탄으로 오히려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당시 종부세를 지지하던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로 유권자들의 항의전화가 쇄도했는데 그 가운데 정작 종부세 대상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 종부세 부과 대상은 공시지가 6억원 이상이었다. 자신이 속한 계급 또는 계층의 이익에 반하는 세력에게 투표하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발견되곤 한다.

한국에서도 상대적으로 소득과 재산이 적은 계층이 상류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정당에 투표하거나 반대로 상류층 계층이 진보 정당에 투표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이를 계급배반투표 현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왜 `부자 정당'을 선택할까?

전문가들은 보수와 진보의 정책이 차별성 없다는 것과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 그리고 급속한 고령화를 꼽는다. 자신의 경제 상황이나 소득, 재산과 무관하게 정치 성향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른바 계급배반투표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계급배반투표 여부도, 코로나 19로 인한 깜깜이 선거도 아니다.

바로 국민의 눈높이와 거리두기를 펼치는 제도 정치권의 배반이다.

정치개혁이라는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고 기득권의 확대 재생산을 위해 골몰해온 그들의 집요함은 비례정당이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

연동형비례제를 필사적으로 막는데 실패한 미래통합당은 연동형비례제를 우회하기 위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이를 두고 `꼼수정당, 쓰레기정당'이라고 비난하던 더불어민주당도 `정당방위'라며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소수 정당이 국회에서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법안으로 만들기 위해 고안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결국 거대양당을 위해 이용되며 그 입법취지가 훼손됐다.

그들은 이 괴물이 자신의 형제라며 국민들이 동의하지도 않는 선거판을 차려 놓고 서로 상대진영을 심판할 표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형적인 선거제도까지 만들어 가며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그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 국민을 선거판에 동원하는 모양새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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