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 말하지 않았다
돌려 말하지 않았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4.0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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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어한다.

책임과 의무가 큰 사람일수록 경청하고 더 넓게 볼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자신의 목소리가 묻힐까 봐, 자신의 판단이 비난받을까 봐 노심초사해 한다.

먹통, 불통 소리를 들어도 소통이라고 우겨야 한다.

왜? 공들여 쌓은 지위와 권력을 내려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최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팬데믹 사태 속에서도 빛난 한국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영국의 제니 해리스 보건부 차관, 미국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 소장을 집중 조명했다.

WSJ는 이들 3명이 일관되고 솔직한 논리,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분석, 침착함, 직설적인 화법 등의 공통점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리더십 전문가인 샘 워커는 최근 `조용하지만 능력 있는 2인자들이 있어 감사하다'는 제목의 연재칼럼에서 정 본부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도 정 본부장의 일관된 논리, 정확한 정보 분석, 침착한 대처능력이 강력한 치료제가 됐다. 바이러스가 한국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을 때 국민은 그를 신뢰했다”고.

그는 카리스마 있고 자존심 강하고 정치적으로 계산적인 선출직 지도자보다 전문 관료가 `진짜 영웅'으로 떠올랐다며 정 본부장을 치켜세웠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직전인 지난 2월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재계 총수가 참석한 경제인 간담회에서 “국내에서의 방역 관리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로 들어선 것 같다”며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쳤다.

하지만 정 본부장은 당시 “예의주시할 단계이지, 변곡점이나 낙관 또는 비관할 상태는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의 낙관론을 경계했다.

영국의 제니 해리스는 “코로나 곡선이 정점을 찍더라도 평범한 일상 생활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며 신중론을 강조했고, 미국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이전 위협이 없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소신을 피력했다.

위기의 순간 국민은 불안하다.

정부는 낙관론으로 국민을 안심시킬 수도 있다. 문제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은 지난 2018년 8월 전격 해임됐다. 취임한 지 1년1개월 만의 일이다. 통계청장 자리는 권력의 간섭없이 대체로 임기 2년이 보장된다. 당시 통계청이 내놓은 `2/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결과는 상위 20% 계층의 평균 가처분소득이 하위 20%보다 5.23배 높았다. 2008년 2분기 이후 10년 만에 분배불평등이 가장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주도성장을 외쳤던 정부가 원했던 결과는 아니었다. 황 전 청장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과만 발표했다면 그의 임기는 더 길었을지도 모른다. 황 전 청장은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요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뜨겁다.

지급대상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750조 원에 육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중앙·지방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D1)는 728조 8000억 원으로 국민 1인당 1409만원에 달했다.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고 기뻐해야 할지, 나랏빚 갚을 걱정에 불안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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