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혁신의 즐거움
공간혁신의 즐거움
  • 강석범 진천이월중 교감
  • 승인 2020.04.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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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진천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이월중 교감

 

대개의 건축물은 그 시대의 정치, 문화적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건축은 당대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미적 요소의 조합체라고 해도 과장되지 않은 표현일 것입니다. 학교 건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건축은 그 시대의 교육과 사회문화를 총체적으로 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릇이 재질과 모양, 기능에 따라 그에 적합한 음식을 담아내듯 학교 건축도 형태와 기능에 따라 학교 구성원의 교육철학과 정서를 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실중심의 획일적 설계가 대부분인 기존 학교 건물은 일반적 리모델링을 거친다 해도 효율적 공간 창출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공간혁신'이라 부를 만큼 주어진 공간에 대한 창의적 해석을 더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공간으로의 변화가 어렵습니다.

오늘은 기존의 무미건조하고 지극히 평범한 학교 건물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아름답고 창의적인 공간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는 학교를 소개합니다.

우리 지역 유일의 예술계 특수목적교인 충북예술고(교장 이영정)가 주인공입니다.

말이 예술고등학교지 낙후된 시설은 물론 외관상으로 보아 `예술' 관련 학교인지조차 전혀 구분되지 않는 특징 없는 평범한 학교건물입니다.

작년부터 예쁘게 꾸며진다는 소리와 함께 기존의 교육공간에 대한 파격적 해석으로 새로운 공간 창출, 즉 공간혁신을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지난주 퇴근길에 예술고를 찾았습니다.

가장 먼저 손님을 반기는 중앙현관! 와우~ 현관문을 열자마자 좌우로 산뜻한 벽화와 더불어 멋지게 세팅된 휴식공간을 보면서 “이거 학교 맞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성 있는 의자들이 벽화와 어우러져 마치 명품 사진관의 세트장으로 보였습니다. 심호흡하고 안쪽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이건 또 뭡니까?” 그동안 형식적인 숫자들로 채워졌던 학교 현황판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대형벽화와 삼삼오오 소곤댈 수 있는 기다란 의자들이 마치 루브르미술관의 어느 특별 전시관 같은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학교가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입구부터 딱 두 번의 현관문을 열면서 받은 충격은 중앙복도 좌우 통로를 보면서 또 한 번 놀랍니다.

밝은 회색 또는 우윳빛의 실내 벽이 아닌, 원색에 가까운 과감한 파스텔톤 색채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낯설다 못해 의아함으로 다가옵니다.

음악, 미술, 무용과의 특색에 맞게 계단이 피아노 건반으로 살아나는가 하면 벽면을 타고 우아한 점프로 넘나드는 무용수들이 넘쳐났고, 건물 측면 입구에 방치됐던 모퉁이는 몬드리안 그림이 더해져 명품 벽면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각 특별실도 과감한 색상 인테리어는 물론 책상과 기자재의 재배치로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해 작은 티 테이블이 놓여 있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되살렸습니다. 벽면 또한 크기와 형태를 달리한 장식 박음질로 마치 커피숍에서나 볼 수 있는 세련된 공간을 더해주었습니다.

아름답고 세련된 공간 창출이 학교건축 인테리어의 본질은 아닐지라도 공간혁신을 통한 소통과 신뢰의 창구는 구성원들에게 분명 생산적인 행복감을 줄 수 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구석구석 근사한 사진을 가득 담고 예고 현관을 나서자 예쁜 꼬까옷 입은 정원의 나무들이 나를 정겹게 맞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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