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통키
북극곰 통키
  • 맹문선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 승인 2020.04.0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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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맹문선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맹문선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은 매년 놀이동산을 찾게 된다. 큰딸이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찾은 놀이동산에서는 놀이기구보다 동물원 위주로 구경을 하게 된다. 엉덩이가 빨간 원숭이와 침팬지를 구경하고, `핑크색 새' 홍학을 지나 동물의 왕 사자와 호랑이를 구경하고 뒤돌아서면 딸이 가장 좋아하는 하얀 철장 아래 파란 물속에 사는 북극곰 `통키'를 만난다.

“와! 하얀 곰이다, 하얀 곰.”

뛰어가서 북극곰을 한참 관찰하면서 통키가 수영하면 따라서 뛰어가고 통키가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물속에서 헤엄치는지 바라보며 무척 좋아했다.

놀이동산에 다녀온 날 저녁 잠들기 전 아이에게 어떤 게 제일 재미있었는지 물으면 “다 좋았지. 그래도 나는 하얀 곰을 만난 게 제일 재미있었어. 매일 갈색 곰, 검은색 곰만 만나다가 하얀 곰을 만났는데, 아니 하얀 곰이 아니고 누런색 곰이더라, 큭큭. 생선도 잘 먹더라고. 곰인데 정말 신기했어!”라고 재잘거리며 통키를 생각하면서 행복하게 잠들었다.

처음 통키를 만났던 10년 전부터 딸아이가 놀이동산에서 가장 좋아했던 곳은 바로 북극곰 통키가 사는 우리였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더해가도 딸은 통키를 매번 궁금해하고, 통키가 우리에서 보이지 않는 날엔 너무 섭섭해했다. 놀이동산을 다 돌고도 다시 통키에게 가서 “또 올 거야!” 약속하고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러다 아이가 열한 살이 되던 2018년 어느 날 어디서 들었는지 딸아이가 “엄마 통키가 영국으로 간대. 한국은 너무 덥고 통키가 나이가 많아서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대. 엄마, 통키한테 마지막 인사를 꼭 해야 해! 놀이동산에 꼭 가자!”라고 졸랐다.

그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주던 통키는 1997년 놀이동산에 왔는데 그동안 한정된 시간, 한정된 공간 속에서 많은 고초를 겪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슬펐다. 그러고 보니 최근 털도 많이 빠지고 부쩍 마르는 것 같았다.

통키를 꼭 보러 가자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영국으로 보내지기 한 달 전 통키가 죽었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했기 때문이다.

“엄마, 통키는 왜 그렇게 빨리 죽었을까? 좋은 환경에서 노년을 보낼 수 있었는데 말이야.”라며 안타까워하는 아이를 위해 쓰레기가 넘쳐나고 환경이 오염돼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심각함을 설명해 주면서 북극 해빙 때문에 북극곰이 100년 이내에 멸종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말해줬다.

눈시울이 붉어진 아이는 “엄마,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통키 같은 귀여운 북극곰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을까?”물었다.

나는 “우리 오늘부터 실천해보자. 텀블러·물통 꼭 갖고 다니고, 일회용 봉지나 컵, 빨대 같은 쓰레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되도록 사용하지 말자. 쓰레기 분리배출, 재활용품 수집도 잘하자.”라고 말했다.

“엄마, 그럼 귀여운 북극곰들을 살릴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아이의 얼굴에 희망이 가득했다.

북극곰 통키 이야기를 통해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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