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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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1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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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청소, 어디까지 교육인가.
김 병 우 <논설위원·충북도교육위원>

지난 4월부터 도내 초등과 특수학교 화장실 청소가 외부 용역에 맡겨지고 있다. 정부 예산에 매칭펀드(5대 5대응투자) 방식의 '깨끗한 학교 만들기' 사업비가 책정되어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의 해당 학교들에 1인씩의 청소인력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1인이 상주하며 전담하는 방안과 5명이 5개교를 주1회 순회하는 방안 등 시행초의 혼선도 있지만, 그보다 시책 자체에 대한 이견이 남아 논란이 따르고 있다.

논란은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부터 일던 '학교청소가 교육적인가, 아닌가' 하는 시비다. 한 쪽은 "청소도 공부인데 용역에 맡기는 것은 교육포기"라는 것이고, 딴 쪽은 "학교청소는 아이들에게 일이고 벌일 뿐"이라는 견해다.

필자가 보기에는 양쪽 다 일리가 있고 접점도 있다. 청소도 '공부거리'가 된다는 점, 당연히 맞다. 모든 아이들이 청소도 해봐야 하고, 배워서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청소를 해 본 아이들이 주변을 깨끗이 할 줄도 알고, 환경과 위생의 중요성도, 청소의 어려움과 가치도 안다.

문제는, '그동안 학교청소가 과연 교육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 해 갈 의미가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그것은 결과가 말해준다. 종래의 청소교육 효과가 과연 어떤가. 청결의식이 고양되고 청소에 대한 인식도 나아졌는가 고개가 갸웃해진다.

학교청소는 지금까지 교육의 이름을 단 '노역'의 성격이 강했다. 학업이 본분인 학생들에게 어른들의 짐(들일+집안일)까지 지우던 시절 이래, 학교 청소는 의당 학생 몫이었다. 학교 청소까지 어른들이 해주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청소는 그처럼 학생들이 학과 외에 처음 접해온 '일'인 셈인데, 그것이 하필 어른에게조차 궂은 3D의 고역이어서 '벌'로 주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가르침도 없이 임무만 주어져서 더욱 그랬다. 그토록 중요한 공부라면서 요령도 방법도 일러줌 없이 들입다 시키기만 해 왔다. 날마다, 줄기차게!

20여년의 교직경험을 떠올릴 것도 없이 필자도 얼마 전까지 집에서도 바로 그랬다. 지난 3월, 필자는 새 아파트 입주를 하면서 다들 전문업체에 맡기는 입주청소를 내 손으로 직접 했다. 내가 살 집청소는 내손으로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해 힘이 좀 들더라도 휘파람 불며 하리라고 팔을 걷었다. 서울서 대학다니는 애들까지 불러내려 같이 하게 했다. 이야말로 더없는 공부라고 강조하면서, 학교와 군대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시범보이며 이틀을 쓸고 닦고 광을 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일주일 넘게 몸살을 앓았다. 그 후 두 달이 지난 요즘에 와서는,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슬금슬금 비어져 나오는 먼지, 채 가시지 않은 냄새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슬슬 후회를 하고 있다. 청소라고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닌데, 대충 치우는 정도가 아닌 '환경위생' 수준의 청소에는 전문 설비와 용품, 그리고 기술까지도 필요한 것인데.

학교 청소도 마찬가지다. 교육적 체험의 하나로서 청소는 분명 의미가 있다. 단, 아이들에게 고된 노역이 안 되는 범위 내에서다. 아무리 좋은 교육 프로그램도, 단순한 것을 과도하게 강요하면 공부가 아닌 벌이 되어버린다. 혹시 학교청소가 그렇지는 않은가. 만약 그런 점이 있다면, 이젠 인식을 바꿔보면 어떤가.

어른들의 사무실마다 에어컨을 틀면서 학생들에게는 '더위를 참게 하는 것도 교육'이라고 우길 일이 아니듯이, 공공기관 청소를 용역에 맡기는 시대에 학교 청소를 굳이 '아이들이 하도록 하는 게 교육'이라는 주장은 고집스럽다. 청소 말고도, 공공시설 청결이용 지도, 극기체험 등 교육적 효과가 더욱 분명한 과제들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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