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본부장
정은경 본부장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4.0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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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코로나19 상황에 맞서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방역 국가로 한국을 꼽은 미국의 유력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번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극찬했다.

WSJ는 현지 시각 4일 리더십 전문 칼럼니스트 샘 워커의 기고를 통해 “작은 시골 병원(한국의 보건소) 출신의 말수 적은 50대 여성이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찬사를 던졌다.

이어 “(정 본부장의) 일관되고 솔직한 언급, 정보에 근거한 분석과 인내심 있는 침착함은 대중에게 강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WSJ는 “이 때문에 고조된 위기 국면에서 한국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정 본부장을 신뢰하게 되고 그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는다”며 한국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며 코로나 방역에 적극 동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SNS상에서 정 본부장이 `전사'나 `영웅'으로 불리우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정 본부장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겸손함도 높이 평가했다. 이런 평가를 받는 정 본부장이 시련의 시기를 보낸 때가 있다. 5년 전 이다.

1965년생인 정 본부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의료인 출신 관료다. 대학 졸업 후 대형 병원 대신 시골 보건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보건복지부 특채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지금의 우리나라 최고의 `방역 사령탑'에 까지 올랐다.

경력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다. 2010년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 2012년 응급 의료과장, 2014년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 2016년 1월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장.

그가 대중에 모습을 비춘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다. 5월부터 11월까지 186명의 확진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내고 종식한 메르스 때 그는 질병예방센터장으로 정부 브리핑을 대신했다. 당시에도 그는 지금과 같은 `공무원 옷'에 수수한 차림과 같은 `톤'으로 TV 앞에서 국민과 마주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때가 시련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메르스의 전파 사실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은폐하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게 된 책임을 당시 질병관리본부 공무원 등 실무자들이 모두 떠안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정작 문책해야 할 최고위 책임자들은 제쳐놓고 질병관리본부의 `꼬리'들만 잘라 `임무'를 마쳤다. 이때 정 본부장에 대해 감사원은 정직을 요구했으나 추후 심의 과정에서 간신히 감봉 3개월로 중징계를 면했다. 2016년 4월의 일이었다.

정은경 본부장의 전임자인 정기석 교수(62·한림대 성심병원 교수)가 최근 언론에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감사원이 복지부장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하위 부처'인 질병관리본부에 `화살'을 돌린 것에 대해 `정부가 실수를 자인하기 싫었던 것 같았다'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했다. 그러면서 당시 징계를 받은 사람들을 `희생양'이라고 언급했다.

정 본부장이 코로나 발생 직전 경질될 위기(?)에 처했던 사실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작년 12월에 청와대에서 정 본부장 후임을 물색했다. 여기저기 전화해서 (물망에 오른 인사들에게) `하겠냐'고 물었거든. 그러다가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는지 그냥 놔뒀다가 이 (코로나) 사태를 맞게 됐다”.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은 정치권이 새겨들을 만하다. “질본(질병관리본부)이 정치색이 있는 곳도 아니고, 전문가들은 좀 오래 놔두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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