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의 공신력만 올려준 국내 언론
외신의 공신력만 올려준 국내 언론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04.05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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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요즘 코로나19사태 관련 뉴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몇 명의 확진자가 어느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현상보도와 우리나라 대응방법이 세계적인 우수사례라는 외국언론(외신)에서 전하는 찬사가 큰 흐름이다.

외신의 찬사는 4·15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야당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여당의 지지도가 올라가는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 국민들은 외신의 보도에 열광할까. 일단 `국뽕'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국뽕은 국가와 히로뽕을 합친 유행어로 극단적인 민족주의 또는 자국우월주의의 행태에 대한 부정적인 뜻을 품고 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처상황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때 자랑할만큼의 우수한 사례라는 자기위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뽕으로만 이 상황을 설명하기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외신의 평가로 우리나라와 국민을 재단하는 버릇이 있다. 재단의 주체는 국내 언론이다. 국내 언론은 정부정책을 비판할때 주로 외국의 사례를 인용하는데 익숙하다. 진보성향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는 주로 보수언론에서 이 무기를 자주 쓴다.

대표적인 예가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현정부의 복지정책을 공격할때 자원부국인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이 묻지마식 복지정책을 펴다가 국가부도직전의 사태를 맡고 있다는 식의 기사다.

그 나라들이 처한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비교자체가 되지 않느데도 굳이 비교해 정부정책을 비판한다. 그 나라들의 문제는 독재자와 관료들의 부정부패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탄생한 신생국가 중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중남미 국가들과 비교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외신에서 국내 경제상황 등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하면 국내언론에선 친절하게 최근 몇년간의 통계까지 첨부해 대서특필하는 건 다반사다.

그렇다보니 언제부턴가 우리 국민들은 외신의 보도는 언제나 `정답'으로 인정되곤 한다.

그러는 사이 국내 언론에선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무리한 보도가 속출하며 `가짜뉴스'논란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최고 품질의 마스크를 중국에 지원했는데 중국이 답례로 보내온 마스크는 함량미달의 불량품이었다는 식의 뉴스다. 이 뉴스는 가짜로 판명났다. 상식적으로도 국가 간의 외교에서 있을 수 없는 상황을 왜곡한 명백한 가짜뉴스다.

국내 언론은 점점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는데 반해 특파원 한두 명이 작성하는 외신의 공신력은 점점 더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 선수의 `통 큰 기부'가 화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간판 타자인 추 선수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팀의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 전원에게 1000달러(약 120만원)씩 지원한다는 외신(AP통신)의 보도때문이다. 총 지원금 규모가 19만1000달러(약 2억3000만원)에 이른다. 선행의 주체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은 받았다.

그러나 이 소식은 이미 국내의 한 칼럼리스트가 지난 1일 텍사스 레인저스 마이너리거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추 선수의 미담을 전했다. 내용도 훨씬 풍부하고 짜임새가 있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은 이 칼럼을 인용하지 않았다.

국내 언론의 보도행태를 무조건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스스로의 공신력은 깎아먹으면서 외신을 무조건 신봉 또는 이용하는 국내 언론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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