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젖어드는 사랑채 같은 공간 충주 함월정(涵月亭)
달빛이 젖어드는 사랑채 같은 공간 충주 함월정(涵月亭)
  • 김형래 강동대 교수
  • 승인 2020.04.0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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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충주 함월정 전경
충주 함월정 전경

 

충주는 백제시대 낭자곡성(娘子谷城)·낭자성(娘子城)·미을성(未乙省)으로 불렸고, 고구려 장수왕이 백제의 수도 한성을 함락하고 한강 유역을 차지할 때 고구려의 땅이 되어 국원성(國原城)이라 불렸다. 국원(國原)이란 근원이 되는 땅, 나라의 근본이 되는 땅이란 뜻이니 고구려가 이 지역을 남진 정책의 중요한 전진 기지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신라는 진흥왕 때 한강 상류 지역을 차지한 후 이곳에 국원소경(國原小京)을 설치하고 귀족들과 6부 호민을 옮겨 살게 했다. 경덕왕 때는 이 지역을 중원경(中原京)으로 고쳐 불렀는데, 중원(中原)이란 나라의 중심지라는 뜻이니 신라도 이 지역을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고려 태조는 후삼국을 통일하고 940년(태조 23)에 중원경을 충주(忠州)로 바꾸었는데, 나라의 중앙임을 나타낸 것이며, 충성스러운 고을이란 의미도 담겨 있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한강 상류에서 물길로 오가기에 편리하므로 서울의 사대부가 살 곳으로 많이 정했다”고 했다. 교통이 발달하기 전 충주는 한강의 상류였고 물길로 왕래하기 편리하였기 때문에 예로부터 서울의 사대부들이 많이 살았다. 이렇듯 양반이 많이 살았던 충주는 한 고을에서 과거에 오른 사람이 전국 여러 고을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충주 함월정(涵月亭)은 조선 숙종 때의 문장가 함월 최응성(涵月 崔應聖, 1655~1727)이 거주하던 고가(古家)에 딸린 정자이다. 최응성의 자는 인보(仁甫), 호는 함월(涵月)이며 본관은 강릉이다. 아우 최응건과 함께 수암 권상하(遂菴 權尙夏, 1641~1721)에게 배워 학문이 뛰어났다. 그러나 관직에 뜻이 없어 고향에서 후학 양성에 힘썼던 인물이다.

최응성 고가는 안채와 서재인 염선재(念善齋), 그리고 행랑채가 튼□자형으로 배치되고 우측으로는 ㄱ자형의 광채와 사당인 무릉사(武陵祠)가 있고 고가 앞으로는 단아하고 운치 있는 함월정이 있다. 원래는 살미면 무릉리에 있었으나 충주댐 건설 때문에 1983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 복원되었다.

함월정(涵月亭)은 최응성이 172 0년경에 집 앞에 세운 정자이다. 스승인 권상하가 정자의 운치를 칭찬하면서 함월정이라고 명명했다고 하니, 원래 위치의 함월정은 앞으로는 온갖 꽃이 장관을 이루고 멀리는 산줄기가 파노라마 같은 경관을 보여주는, 선비들이 유유자적하게 자연을 음미하고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

함월정은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건물 내부 가운데 칸에 온돌방을 두고, 방 주위 사면에 반 칸씩의 툇마루를 둘렀다. 정면과 측면에는 평난간을 설치하였고, 뒷면 툇마루는 약간 높게 설치하고 하부에 온돌 아궁이의 함실을 만들었다.

정면 처마 밑에는 활달한 필치로 `涵月亭'이라 쓴 편액이 걸려 있는데, 흥선대원군이 쓴 글씨라고 전한다. 정자 앞에는 연지(蓮池)를 만들고 가운데 섬을 조성하여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함월정은 기둥과 기둥 사이가 벽체 없이 모두 띠살문으로 마감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문을 열어젖히면 방과 마루가 하나가 되고, 사방의 풍광이 실내까지 걸림 없이 밀려들어 온다.

김형래 강동대 교수
김형래 강동대 교수

 

함월정은 사랑채와 정자의 두 가지 성격을 가진다. 함월정 주인의 사생활 공간이라는 점에서 보면 사랑채요, 가깝게는 연못의 연꽃, 멀게는 산천경개(山川景槪)를 감상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보면 정자이다. 인공과 자연은 당초부터 별개의 것이지만, 함월정과 주변 경관은 하나로 어우러졌을 것이다. 인공과 자연의 조화는 함월정 주인의 성리학적 정신세계와 자연주의적 심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함월정 주변 풍경은 예전과 다르지만, 정자로서는 비교적 정갈하면서도 고아한 품격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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