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관한 추억
선거에 관한 추억
  •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20.04.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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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4·15 총선이 임박한 가운데 이번 선거는 `코로나 19' 영향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저조합니다.

이번 선거는 대면 접촉이 극도로 제한된 상태에서 후보들이 멀찌감치 떨어져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선거 취재를 경험한 것은 1995년 6.27 지방선거입니다. 지방의회는 이미 부활했지만 자치단체장은 그 선거를 통해 수십년 만에 다시 주민들의 손으로 뽑게 됐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돈 선거'가 횡행했고 자치단체장 후보 중 상당수가 노골적으로 돈 봉투를 뿌렸습니다.

특히 농촌지역 군수 선거는 선거운동 조직원은 물론 유권자들도 돈 봉투를 받는 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후보 보좌진이 돈을 고무줄로 묶어 새벽 시간에 집 마당에 던져놨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습니다.

이 같은 선거 행태는 여당이 더 심했지만 야당도 `돈 선거'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선거 때마다 돈을 보고 몰려드는 선거꾼들은 후보들에게 골칫거리였습니다.

이에 대해 충북지역 정계 거물인 A 전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내가 쓰라고 준 돈 가운데 절반이라도 제대로 사용된다면 그 선거는 이긴 것”이라며 “중간에서 슬쩍 하는 돈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후보는 물론 선거운동원과 유권자 접촉이 극도로 제한된 만큼 최소한 돈 문제에서 가장 깨끗한 선거가 될 것 같습니다.



#A 전 의원은 1970년대부터 활동했던 정치인으로 역동적인 정치 인생 때문에 많은 일화를 갖고 있습니다.

그의 측근 중 한 명은 “70년대 야당을 할 때 탄압을 많이 받아 고생했다”며 “밤에만 몰래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서 여당이 돼도 낮에는 선거운동을 하는 게 낯설다”고 말했습니다.

A 전 의원은 이 같은 고생을 한 당원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갖고 끝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는 폭설이 내린 상황에서 당원 중 한 명의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눈을 치워가면서 상가에 도착해 문상을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A 전 의원이 `의리'를 보여주자 당원들은 세상을 떠날 때 선거에선 반드시 그를 뽑으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선거 때마다 `인물'이 가장 중요하고 투표도 후보들의 공약과 철학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원종 전 지사가 3선 도전 여부를 놓고 세간의 관심이 뜨거울 때 중국 상하이 방문을 동행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이 전 지사에게 “충북지사 3선에 도전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즉답을 회피한 채 선거에 관해 조언해줬습니다.

그는 “선거에서 인물은 세 번째로 중요하다”며 “첫 번째는 민심이고 그 다음은 선거 구도로 상대방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 전 지사는 3선 도전을 포기하고 `아름다운 은퇴'를 선택했지만 그의 조언은 현재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여당에 대한 민심이 안 좋으면 어떤 후보가 나와도 고전을 하게 되고, 반대로 야당에 대한 여론이 따가우면 후보의 됨됨이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런 이유로 후보들이 지지도가 높은 정당들의 공천을 따내는 데 혈안이 돼 있고, 그 과정에서 온갖 험한 꼴을 보이게 됩니다.

30여 년 전 선거와 이번 총선은 선거 문화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공천을 놓고 다투는 `추태'는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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