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향기를 기억하며
봄의 향기를 기억하며
  • 박소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 승인 2020.04.01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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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소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박소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예년보다 따뜻했던 겨울에 시작한 코로나19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싸워내는 동안 어느새 계절은 바뀌었다. 마스크를 낀 콧속으로도 따뜻한 봄이 느껴진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잠들어 있던 꽃들은 망울을 터트렸다. 길가엔 어느새 노란 개나리와 목련이 만개했고, 봄 하면 떠오르는 벚꽃도 하나둘씩 피어나고 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기라도 하면 그 속에 숨어 있던 꽃향기가 묻어난다.

꽃 향기 하면 우리 지역에서는 미선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주로 흰색, 분홍색, 상아색의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데, 그 향이 매우 달콤하고 향기롭다. 개나리와 비슷한 꽃 모양을 가진 미선나무는 가을이 되면 특이한 모양의 열매를 맺는데, `꼬리 미(尾)와 부채모양 선(扇)'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부채모양이다. 미선은 대나무 살과 명주로 만든 둥근 부채로, 임금의 옆에서 나인들이 들고 있던 부채를 생각하면 된다. 그 모양이 바로 상상이 안 된다면 하트모양을 떠올리면 유사하겠다.

미선나무는 오직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1종 1속'의 특산식물로, 이를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 미선나무 자생지 자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다. 천연기념물이란 자연 가운데 학술적, 자연사적, 지리학적으로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어 지정된 것을 말한다.

자칫하면 멸종될 수 있는 희귀동물이나 고유한 식물, 그 외 아름다운 자연현상들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자연물들도 문화재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미선나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발견된 것은 1919년 진천군 초평면에서였다. 당시 최초의 미선나무 자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며 가지를 꺾어가거나, 나무뿌리를 캐어가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고 한다. 결국 최초의 미선나무 자생지는 완전히 훼손되어 천연기념물에서 지정해제가 되어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다행히도 그 무렵에 괴산과 영동 등에서 미선나무 자생지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현재 미선나무 자생지는 총 5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괴산 송덕리(천연기념물 제147호), 괴산 추점리(천연기념물 제220호), 괴산 율지리(천연기념물 제221호), 영동 매천리(천연기념물 제364호)와 전라북도 부안 미선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제370호) 등이 그것이다. 부안을 제외하면 모두가 우리 충북지역에 해당되니, 가히 충청북도를 대표할만한 천연기념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년 봄이 오는 것을 여기저기 개최되는 꽃축제 소식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올해는 대부분의 축제가 취소되고 있어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나무들이 살지 않는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나 꽃샘추위를 뚫고 꽃을 피우는 미선나무는 내년에도 새로운 꽃을 피워낼 것이다.

우리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면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는 미선나무 꽃말처럼, 코로나19는 종식되어 내년엔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것을 집 밖에서 온몸으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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