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줌, 한다
나도 줌, 한다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0.04.0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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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올봄, 대학 풍경은 몹시 낯설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대부분의 대면 접촉을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하였고, 밀집된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강의 역시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었다. 교수마다 또 수업마다 비대면 방식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컴퓨터나 태블릿의 화면에 교수자의 음성 설명만 녹음, 녹화하는 방식, 교수자가 직접 동영상 강의에 등장하여 학습콘텐츠를 설명하는 방식, 아예 수라디오 극처럼 음성으로 된 강의 녹음 파일을 제공하는 방식 등등 선호하는 형태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교수자가 미리 녹음 또는 녹화해서 제공한다는 면에서 일방적이며, 수업이 녹화되는 공간과 시간이 수업을 시청하는 공간, 시간과 다르다는 면에서 비동시적 특성을 갖는다. 이에 최근 새롭게 각광받는 것이 ZOO*, WEBE* 등의 실시간 화상 회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학습자와 교수자가 상호작용을 할 수 있으며 같은 시간은 물론이고 가상의 공간이기는 하지만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면에서 동시적 특성을 갖는다.

교육에서 대면의 효과는 말로다 표현할 수 없다. 옛날에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는 행위를 해타(咳唾)를 받는다고도 하였다. 해타는 기침과 침이라는 뜻으로 기침과 침이 그대로 전달될 만큼 가까이에서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것을 교육방법의 으뜸으로 쳤다. 좋은 선생님은 말이 아니라 그 뒷모습으로 가르치신다는 말 역시 언어로 전달되는 것보다 선생님의 표정, 행동, 자세 등 언어 이면으로 전달받는 것이 더 많다는 뜻이니 교육에서 대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대면이 불가한 비대면의 시대, 대면의 이러저러한 장점을 모두 보완할 비대면을 궁리할 수밖에 없는 때!

개강이 연기된 첫 2주는 앞서 말한 동영상 강의를 만들어 일방적인 비동시적 온라인 학습을 진행하였다. 얼굴을 나오게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등의 고민을 안고 결국 화면에 음성을 입혀서 강의를 만들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습콘텐츠가 25분 이상이 원칙이라기에 어렵지 않으려니 했는데, 듣는 학생들, 반응해주는 학생들이 없으니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결국 지쳐서 25분을 간신히 채우고서야 강의를 마무리하였다.

다시 마주한 비대면 3, 4주차, 궁즉통이라던가? 얘들아, 선생님도 줌, 한다! 실시간 화상 강의 시스템이 신문물에 어두운 내게도 밀려온 것이다. 학생들의 웃음소리, 대답, 소란스러운 잡담이 비록 스피커를 통해서지만 들려온다. 아, 이 행복한 소리, 시간이 생기를 머금고 살아나는 듯했다. 25분의 강의 동영상 만들기는 그리 힘들었는데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배움을 나누니 50분도 요즘 애들 말로 순삭이었다.

비대면 개강, 비대면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경험 중인 요즘, 그래도 한 가지씩은 배우고 성장하자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학생들의 재잘거림, 함께 배우는 즐거움, 다른 사람의 인정과 이해 등등 비록 화면을 통해, 스피커를 통해 전해오지만, 그래도 학생들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선생은 학생들 속에서 비로소 선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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