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연기·생활비 껑충 … 학부모 이중고
개학 연기·생활비 껑충 … 학부모 이중고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04.01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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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장기화 … 자녀 돌봄 피로도 한계
정부 돌봄 휴가 권고 불구 회사 눈치에 무용지물
긴급재난지원금 세부 지급 기준·일자 없어 혼란
아동양육지원 7세 미만 제한 “아쉽다” 목소리도
첨부용. /그림=뉴시스
첨부용. /그림=뉴시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아이들이 있는 가정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개학이 재차 연기되고 어린이집은 개원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자녀 돌봄에 따른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른 데다, 생활·보육비까지 감당하기가 만만찮은 까닭이다.

전국 유치원, 어린이집 및 초·중·고교의 개학이 3차례 연기된 데 이어 6일 개학도 또 미뤄지자 많은 가정의 근심이 짙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이런 조처에 공감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전업주부 김모씨(43)는 생활비 통장을 보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월급쟁이 남편의 수입은 변함없는데 지출이 한 달 새 껑충 올랐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식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두 달 가까이 집에만 머무르고 있는 초등생 1·3학년짜리 아들 둘의 간식비가 꽤 많이 들어가서다.

김씨는 “학교 다닐 때는 아침은 가볍게 먹고 점심은 급식을 했는데, 지금은 종일 집에 있다 보니 하루 세끼에 간식까지 들어가면서 3월 한 달 식비가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라고 전했다.

여섯 살·여덟 살 된 형제를 키우는 워킹맘 이모씨(39)는 지난달까지 시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하루하루 버텨왔다. 하지만 개학이 연기되면서 이씨는 자연스레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게 됐다.

이씨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경제 사정은 빠듯하다. 앞으로 한 달 가량은 시어머니 `찬스'를 더 써야 하는 이씨는 다른 지출을 줄이고 시어머니 용돈을 좀 더 챙겨드렸다.

이씨는 “애 둘을 봐주시는 시어머니의 피로도도 곱절은 높아졌다”라며 “회사 월급은 똑같지만 어쩔 수 없이 용돈을 더 드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외벌이, 맞벌이할 것 없이 상당수 가정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정신적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에선 자녀 돌봄 휴가를 사용하라고 하지만 강제사항이 아니다 보니 회사 눈치 보기에 급급해 사실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나가야 할 비용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2배 이상 늘면서 가정 경제 상황도 어둡다.

정부가 가구당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큰 틀만 내놓고 세부적인 지급 기준과 지급일자가 정해지지 않아 현재로서는 `그림의 떡'이다.

그나마 아동 양육 가구에 아동 1인당 4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게 가정에는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7세 미만 아동으로 제한하고 한시적이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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