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그 이후
코로나 19 그 이후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04.01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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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목련꽃이 환한 얼굴로 주인의 귀환을 반겼지만 그의 트라우마는 깊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이어진 네 번의 검사에서 모두 음성판정이 나왔지만 확진자 꼬리는 떨어져 나가지 않고 그를 괴롭혔다.

그 자신에게 내려진 양성판정보다 그를 더 괴롭힌 것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된 지인들이었다.

그들은 그가 인생을 걸고 믿음으로 쌓아 올린 사회적 자산이었다.

그들은 코로나 감염에 대한 어떠한 허물도 없음에도 자가격리되어 생업을 중단하고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견뎌내고 있다.

신종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몰고 오는 차별과 혐오, 낙인문화는 전염병의 원인이 신의 형벌이라고 믿던 시대나 첨단과학시대인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3월 전국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국민위기 인식 설문' 1차 조사(1월31일~2월4일)에서 `코로나19로 일상이 절반 이상 정지된 것으로 느낀다'는 응답이 48%로 나타났다.

이 연구팀이 코로나19 위기대응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뒤 진행한 2차 조사(2월25~28일)에서는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이 59.8%로 나타나 1차 때보다 11.8%포인트 올랐다.

신종 전염병 출몰 초기와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시민들의 감정 양상도 달라졌다.

1차 조사 때는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보면 떠오르는 감정으로 불안(60.2%)이 가장 컸고 공포(16.7%), 충격(10.9%), 분노(6.8%)가 뒤를 이었다.

2차 조사에선 불안(48.8%) 뒤를 분노(21.6%)가 차지했고 충격(12.6%), 공포(11.6%), 슬픔(3.7%), 혐오(1.7%)가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감염 스트레스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재난을 겪으면 몸과 마음의 변화나 고통이 생길 수 있고 이런 스트레스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상 반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정확한 정보를 보고 다양한 뉴스를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 지 잘 모르겠다고 전문가들도 말한다.

그래서 다들 불안하다.

이 불안감이, 코로나가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코로나 19 이전에 누렸던 일상은 괜찮은 걸까?

중국 생태환경부는 후베이성의 지난달 `대기 질 좋은 날' 평균 일수가 작년 동기와 비교해 21.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때문에 공장이 문을 닫고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중국의 대기 오염도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인류가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계속 침범하고,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로 바이러스들이 깨어나고,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 오는 흐름을 중단할 수 있는지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지금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인간만을 위한 탐욕의 질주를 멈추고 인간과 자연, 생명과 생명이 상생 공존하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계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우선 당장의 위기만 수습하고 또다른 바이러스의 역습에 의한 팬데믹을 되풀이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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