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가 떴다
트로트가 떴다
  • 박사윤 한국어강사
  • 승인 2020.03.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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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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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는 아이유도 아니고 방탄소년단(BTS)도 아니다. 트로트의 급부상으로 인해 트로트 가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트로트를 주제로 한 경연 프로그램이 활기를 띠고 있다. 작년에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미스터트롯>까지 그 인기는 가히 BTS를 능가한다.

그간 몇 년간 각종 노래 경연대회가 열려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트로트 가수가 설 자리는 없었다. 성인가요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케이블 방송이나 전국노래자랑 등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작년에 시작된 <미스트롯>은 트로트의 열풍을 가져왔다.

<미스트롯>을 방송할 때만 해도 난 TV를 보거나 트로트를 들을 기회가 없어서 잘 알지 못했다. 가끔 지인들로부터 트로트노래 영상을 받았지만 바빠서 열어 볼 시간도 없었다. 어쩌다 지인들을 만나면 <미스트롯> 얘기를 하곤 했다. 난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요즘 <미스트롯> 안 보는 사람도 있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도 그냥 흘려들었다.

요즘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모두 바꾸어 놓았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일들이 연일 터져 나오다 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했고 절망이란 단어가 밀려왔다. 그동안의 일상은 늘 바쁘게 돌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느끼며 살았다. 갑자기 주어진 빈 시간은 우리에게 무료함으로 다가왔다. 계획을 세울 수도 없고 무엇을 할 수도 없는, 그저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두 달. 집에만 있는 날이 많아지다 보니 답답함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더 커졌다. 연일 방송에서는 외출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이때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지 않았다. 무료함에 TV채널을 돌리다가 <미스트롯> 재방송을 보게 되었다. 트로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요즘 트로트에 푹 빠져 있다. 이건 단연 나만이 아니리라 본다. 여러 종류의 음악 중에서 요즘 트로트가 뜨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K-POP이나 발라드 등의 장르가 주를 이루었던 가요시장에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나는 리듬에 슬픈 가사가 어우러져 가슴을 울리는 곡이 많다. 노래가사를 들여다보면 남녀 간의 사랑을 뛰어넘어 가족, 사랑, 인생 등의 노래 속에 희망이 숨겨져 있다. 노래마다 모두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공감이 되었다. 트로트를 듣고 있노라면 역경을 이겨내야겠다는 각오가 우러나오고 그 속에서 희망이 찾아오리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며칠 전 <미스터트롯>의 결승전 방송을 보았다. 시청률이 30%가 넘을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이번 노래 경연 결승전은 다른 때와는 많이 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無觀衆)방송으로 진행되었다는 점과 축제의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총 경연에 나온 7명은 순위를 떠나 각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그들은 1등을 하려는 경쟁보다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 심정으로 무대에 선 듯했다. 시청자도 마찬가지로 누가 1등을 하는지의 관심보다는 그저 즐겼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1등 하기를 바라는 마음보다는 `더불어 다 같이'라는 말이 더 어울렸던 무대였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으리라. 절망의 끝자락에 서 있는 우리 곁에 찾아온 트로트는 우리에게 희망이고 위안이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이 어려움을 트로트를 들으며 잘 극복하고 헤쳐나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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