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여우 어디서 왔나
멸종위기 여우 어디서 왔나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03.30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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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가경동서 포획 … 생후 1년 이상 개체 추정
방사 개체 새끼 분석·불법 사육 여우 탈출설도
생물종보전원중부센터 유전자 검사 의뢰 계획
지난 29일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서 발견된 여우 모습. /충북도 소방본부 제공
지난 29일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서 발견된 여우 모습. /충북도 소방본부 제공

 



속보=“여우야~ 여우야~ 어디에서 왔니?”

청주에서 사로잡힌 여우(본부 30일 자 3면 보도)는 어디에서 왔을까? 멸종위기 `Ⅰ급'으로 분류된 동물이 도심 한복판에 출현한 배경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지난 29일 청주시 가경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포획된 수컷 여우는 생후 1년 이상 개체로 추정된다. 몸길이(꼬리 포함) 93㎝, 무게 5㎏으로 성체에 속하는 크기다.

국내 생태계에서 여우는 사실상 절명 위기에 처한 종(種)이다.

이런 까닭에 가장 신빙성을 얻고 있는 추측은 크게 세 가지로 한정된다.

가장 먼저 특정기관 사육 방사 개체가 모습을 드러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에선 국립공원공단 생물종보전원 중부센터가 유일하게 여우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연으로 돌려보낸 여우만 54마리다.

도심 출연 여우가 공단 방사 개체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생물종보전원 중부센터 측은 포획 당시 여우 목에 GPS(위성위치추적장치)가 부착돼 있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들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GPS 관리 시스템에 별다른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은 점도 고려 대상이다.

중부센터 관계자는 “여태껏 방사한 여우는 모두 목걸이 형태 GPS 장치를 달고 자연으로 나갔다”며 “그러나 이번에 포획한 여우에게선 GPS 장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PS 목걸이 훼손과 같은 이상 징후가 있을 때 신호가 울리게 되는데, 아직까지 방사 개체 모두 이동 경로 등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사한 여우끼리 교미해 낳은 새끼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우 특성상 자연 번식이 어렵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부센터 측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포획 여우 유전자 검사 결과와 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방사 개체 유전자 지도를 비교·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법 사육 여우 탈출설도 무성하다. 그동안 개 사육 농가 등에서 암암리에 여우를 밀반입해 키우는 사례가 종종 확인된 까닭이다.

2011년 경기지역 한 개 사육농장 주인이 환경부에 붉은여우 4마리를 기증한 게 대표적인 예다. 농장 주인은 2006년 러시아에서 몰래 들여온 여우를 축사에서 교배시켜 자연 번식에 성공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유전자 분석 결과, 기증된 여우가 70년대 초 국내에서 사라진 토종 붉은여우로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포획 여우를 인계받은 중부센터는 유전자 검사를 의뢰, 정확한 개체 확인을 벌일 계획이다. 이후 전문가 회의를 통해 자연 방사 또는 시설 사육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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