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는데
꽃은 피는데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20.03.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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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신금철 수필가

 

올해는 그를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그와 헤어진 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일 년을 기다렸다. 그는 나를 만날 준비를 마쳤다고 꽃소식을 알려오는데 그저 해사하게 웃고 있는 그의 곁으로 마음만 달려갈 뿐이다.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연신 올라오는 꽃소식을 들여다보며 아쉬워하는 남편의 모습이 안타깝다. 이맘때면 앙증맞은 봄꽃을 카메라에 담느라 하루가 짧다던 남편을 따라 꽃이 만발한 곳이라면 콧노래를 부르며 다녀왔다.

해마다 봄이면 꽃축제를 열며 꽃구경을 오라고 구애를 하던 지방의 거리엔 낯선 플래카드가 슬픈 낯빛으로 걸려 있다.

`제발 꽃구경을 오지 말아 달라는….'

`코로나19'의 감염이 얼마나 걱정되었으면 희귀한 플래카드까지 내걸었을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비상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가슴이 답답해 가끔 바람이라도 쐬러 나갈 때면 온통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어 여전히 숨이 차오른다.

꽃놀이에 다녀온 사람들의 감염 소식을 들으니 `야외활동은 비교적 위험이 적다.'는 전문가들의 말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행여 사람과 마주치거나 지나칠 때도 몸이 움츠러든다. 혹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얼른 피하고 싶다. 이러다 대인 기피증이라도 생기는 건 아닐까 염려스럽다.

정부에서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최선이겠지만 사람을 접하지 않고서는 일을 하기가 어려운 이들에겐 불가능한 일이니 안타깝다. 휴교로 인하여 자녀들을 돌볼 수 없는 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인적이 끊어진 상가는 생계가 어렵다는 보도에 가슴이 아프다.

천주교 신자인 나는 종교행사도 중단되어 성당에도 나가지 못하고 아이들과 주일 미사를 집에서 드리고 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이 완쾌되기를 바라며, 또한 감염이 된 이들을 위해 밤낮을 모르고 고생하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나 자신의 안전을 위해, 다른 이들의 안전을 위해 외출을 줄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극복 사례가 세계적으로 모범이 될 정도라니 곧 감염이 멈추리라 되뇐다.

꽃은 우리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를 이기고 희망으로 피어난 꽃들처럼 이 고비를 잘 견디어 봄꽃이 지기 전 코로나 19가 물러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고통 중에 있는 환자들이 속히 완치되고, 외부의 단절로 답답하고 우울한 국민 모두의 마음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으면 좋겠다. 봄꽃이 지면 이어서 장미가 또 우리를 위해 피어주겠지?

오늘도 묵주를 손에 들고 간절히 기도한다.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빠른 치유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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