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봄꽃에 사회적 거리두기 `무장해제'
활짝 핀 봄꽃에 사회적 거리두기 `무장해제'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03.29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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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청주 무심천 벚꽃길 상춘객들로 북새통
간격 유지 미준수·마스크 미착용도 다반사
시·경찰 200여명 배치 행정명령 이행 유도
보행자 줄어든 대신 차량들 몰려 정체 빚기도
28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무심천변 벚꽃길이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조준영기자
28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무심천변 벚꽃길이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조준영기자

 

“코로나19요? 사진만 잠깐 찍고 돌아가는 건데 별일 있겠어요?”

봄 내음 가득 품은 벚꽃이 코로나19 필수 예방 지침인 `사회적 거리두기'마저 무너뜨렸다.

벚꽃이 절정을 이룬 주말인 28~29일 청주 무심천변은 상춘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28일 오후 2시쯤 흥덕대교 인근 무심천변 둑길을 기점으로 인의 장막이 쳐졌다. /관련기사 3면

`손을 잡고 걷는 연인', `사진을 찍는 10대 학생들', `가족 단위 나들이객'. 1년에 딱 한 번, 찰나처럼 스쳐 가는 벚꽃을 구경하러 발걸음 한 인파다.

물론 몰린 인파만큼이나 벚꽃 군락지 일대에 내려진 행정명령도 무색해졌다.

2m 이상 간격 유지 준수 당부는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했다. 앞서 가던 시민이 발길을 멈추고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뒤따르던 행렬과 교차됐다.

정해진 보행 방향과 반대로 걷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이 과정에선 몸을 스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관리를 위해 나온 공무원이 통행 방향을 안내해봤자 “차를 세워둔 곳이 반대쪽에 있다. 조금만 가면 된다”와 같은 변명만 늘어놓는 경우가 허다했다.

좁은 인도 길 특성상 2m 이상 간격 유지는 애초부터 지켜질 수 없는 수칙이었다.

불법 주·정차도 만연했다. 도로 위에 버젓이 주차해놓고 벚꽃 구경을 하러 간다거나, 차를 몰고 돌아다니다 벚꽃이 활짝 핀 나무를 찾으면 정차한 뒤 사진을 찍고 떠나는 얌체족이 극성을 부렸다.

불법 주·정차는 가뜩이나 차량 통행이 잦은 구간에 지·정체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예로 차량 지·정체로 무심동로 흥덕대교~청남교 2.7㎞ 구간 통행엔 평소보다 3배 이상 긴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인적이 드문 시간대엔 마스크 착용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9일 낮 12시쯤 무심천변은 전날과 비교해 상춘객 발길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방심' 탓인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사진을 찍으려 마스크를 벗는 일은 예사였고, 아예 대놓고 거리를 활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어린아이를 대동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마저 마스크 착용 지침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벚꽃 군락지 구간 중간중간마다 관리 공무원이 배치돼 있었지만, 제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민 이모씨(39·운천동)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기는커녕 더욱 확산하는 터인데, 정작 나들이객은 감염 위험엔 무감각한 것 같다”며 “이런 시국에 꽃놀이하려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제대로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눈살을 찌푸렸다.

행정명령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청주시는 29일 공무원 130여명과 경찰 74명을 배치해 사회적 거리 두기 집중 지도·점검을 벌였다.

이들은 보행 시 2m 이상 간격 유지, 마스크 착용, 노점상 영업 금지 등 시가 지난 25일 벚꽃 구간에 대해 내린 행정명령을 이행을 유도했다.

이처럼 시와 경찰의 강력한 지도에 벚꽃길을 걷는 시민 모습은 크게 줄어든 반면 차를 몰고 온 시민들이 몰리면서 이날 오후 흥덕대교~청남교 2.7㎞ 구간은 차량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다음 달 5일까지 벚꽃 군락지를 중심으로 관리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라며 “꽃구경 오는 시민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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