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우리가 초대했다
코로나는 우리가 초대했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03.29 19: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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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인간이 지구 최상위 포식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 가운데 가장 포악한 종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다른 종과의 공생보다는 무자비한 살육과 배척을 통해 지구의 지배권을 구축해 왔다는 것이다. 배가 터질듯이 불러도 사냥질을 멈추지않는 특이한 종, 동종 간에도 약육강식을 일삼는 희귀한 종인 인간의 탐욕스럽고 비정한 생리가 모든 경쟁자들을 제압하고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는 설이다.

나치가 아우슈비츠 등의 수용소에서 수백만의 유대인을 이유없이 학살하고, 얼마 후 그 피해자들은 가해자로 돌변해 전망좋은 언덕에 앉아 팔레스타인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을 감상하며 환호한다. 그 미사일에 수백 수천의 무고한 여성과 아이들이 목숨을 잃지만 한쪽에게는 그저 구경거리일 뿐이다. 이런 야만의 악순환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난폭한 생물체라는 주장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러나 수백만년을 이어온 인간의 지구에 대한 독점적 지배권은 지금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상대는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공기 중에서 대여섯 시간만 지나면 죽어버리는 나약한 미물이다. 바로 코로나19로 불리는 바이러스에 전세계가 공포와 좌절에 빠져있다. 인간은 지금 바이러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서로를 감시하고 스스로를 연금하고 있다. 공공시설은 문을 닫고 비행기는 더 이상 날지 않으며, 대량 실직같은 제2, 제3의 재앙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더 이상 우리가 할 수있는 것이 없다”는 한 이탈리아 의사의 절망은 작동이 중단된 지구의 문명을 깨닫게 한다.

코로나19는 예고된 재난이다. 바이러스는 오래 전부터 인간에게 경고장을 보내왔다. 그리고 경고의 강도를 높여왔다. 1976년 아프리카에서 발병한 에볼라는 박쥐에서 비롯된 바이러스가 집단감염과 대량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예고한 옐로카드 였다. 이후 신종플루, 조류독감, 사스, 메르스, 지카, 니파 같은 바이러스들이 주기적으로 등장하며 인간의 자각을 촉구했다. 이 가운데 사스와 메르스는 지금 우리를 몰아붙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그러나 인류는 바이러스 창궐의 근원을 헤아리는데도,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데도 게으르기 짝이 없었다. 이 나태와 무지가 한층 경고의 수위를 높인 코로나19를 불러들인 것이다.

매년 인간은 개발을 명분으로 그리스 면적 만큼의 삼림을 훼손한다고 한다. 수많은 생명체들이 서식처와 먹이를 잃고 쫓겨난다는 얘기다. 도심에 출몰하는 멧돼지, 차에 치여 죽는 고라니들은 인간을 지구의 관리자로 용인한 탓에 지옥을 겪고있는 동물들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무려 137종의 감염성 바이러스를 품고 사는 박쥐도 예외가 아니다.

박쥐는 지구상 포유류의 2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 번식력을 자랑하지만, 정글이 줄어들며 최근에는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거처를 잃어 인간의 영역으로 도피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절박한 처지가 지금 우리가 직면한 코로나 사태를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의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중간숙주를 거쳐 사람에 감염된다고 보고있다.

인간의 탐욕은 다른 생명체의 서식처를 파괴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에볼라는 박쥐까지 잡아먹는 인간의 무절제한 식탐에서 비롯됐다. 사스는 사향고양이를 요리하는 과정에서 전파됐고, 코로나19의 전달자로도 인간의 먹잇감이 된 뱀과 천산갑이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상생을 호소하는 다른 생명체들의 절규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가 지구의 주인을 자처할 자격과 역량을 갖췄는지 치열하게 성찰하는 계기도 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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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동 2020-03-29 21:12:52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