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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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명 충북도 농정국 동물방역과장
  • 승인 2020.03.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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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재명 충북도 농정국 동물방역과장
박재명 충북도 농정국 동물방역과장

 

대나무는 꼿꼿하게 / 등 기대지 않으며 / 크면서 부딪힐까봐 / 이파리 붙은 잔가지로 / 거리 두기 배려로 // 바람이 불면 / 상처 난 흔적 없이 / 부딪히는 소리 없이 / 깊은 마음가짐으로 / 거리두기 양보로 // 멀리 떨어지지 않는 / 그런 사이가 좋다 / 너무 가까이 있지 않은 / 그런 사랑이 좋다 // 바라만 보아도 좋을 그대와 함께



시인 김수철님의 시(詩)다. 대나무를 바라보며 요즘 `코로나 19'시국에 잘 어울리도록 해석되는 작품이다. 1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첫 환자가 발견된 이후 두 달여 시간이 흘렀다. 힘들고 지친 탓에 체감 시간은 이보다 훨씬 더 길다.

잘 마무리 될 것 같았는데 순간 들불처럼 일어났지만 다행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잘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유입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그래서 아직 첩첩산중이다. 이 어려운 난국이 언제 끝날지 좀처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럴 때 생소하게 들리던 `사회적 거리두기'운동이 불고 있다. 공동체 모두 다 함께 동참하자는 호소가 절절하게 들린다.

전염병 확산의 3요소는 원인체, 감수성 숙주(병증을 나타내는 동물이나 식물), 전염매개체이다.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완벽하게 차단하면 전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원인체를 없애기 위해 우리는 소독을 하거나 손을 씻는다. 감수성 숙주는 검사를 통해 빨리 격리하고 있다. 그런데 전염매개체는 차량, 다중이용시설이나 기구, 환자가 사용하던 생활용품 그리고 환자 자체까지 너무 다양하다. 그래서 전염매개체를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특성이 공기전파를 하지 않고 근거리 전염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소중한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차단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이 바로 사회적 거리이다.

기침하는 환자의 비말이 날아가는 거리가 최대 2m라고 한다. 국민 모두가 외출을 금지하는 대신 사람들 간에 2m 이상 간격을 유지하면 전염예방에 충분하다는 이론이 만들어진다. 매개체와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 국민 모두가 외출을 금지하면 가장 좋은 수단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코로나 19의 전염방식인 접촉전염의 특성을 활용해서 사람들 간의 간격을 벌려 보자는 것이다.

거리두기의 집중 실천기간이 15일이라고 한다. 15일이면 잠복감염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이다. 잘 되면 등교를 미루어 두었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좋은 결과를 얻어낼 가능성이 있는 사회적 운동이다. 하지만, 한두 사람의 참여만으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전염병의 유행 시기에 불필요한 접촉은 상대에게 육체적 상처를 입히고, 자신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럴 때 대나무의 지혜를 빌려보자. 대나무는 일정 거리를 두고 자라며 서로 부딪히지 않는다.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 대나무의 줄기에는 가지도 두지 않는다. 아무리 강한 비바람이 불어도 서로 부딪혀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여러 나무들이 어우러져 숲을 만드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요즘 시국이라면 우리는 대나무를 닮을 필요가 있다. 새봄을 맞아 대나무 숲은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 간다. 바라만 보아도 좋을 그대를 위해 건강하게 푸르러 가는 대나무 숲의 미덕을 음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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