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사라지고 정치인만 남았나?
정치는 사라지고 정치인만 남았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3.25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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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선택은 어렵다. 이 사람을 뽑자니 저 사람이 걸린다. 그렇다고 둘 다 선택할 수도 없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라면 후보자 모두에게 표를 던져도 욕먹지 않는다. 우정이라는 명분이 있으니까.

하지만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는 다르다. 이 사람을 뽑아도 걱정, 저 사람을 뽑으면 더 걱정이다.

4·15 총선을 20일 앞두고도 선택을 망설이는 무당층, 유보층, 중도층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이유가 여기 있다.

정치인에게 실망한 것이 한두 번도 아니고,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그래도 선거철만 되면 꿈꾼다.

이번엔 다르겠지, 이번엔 잘되겠지, 국민을 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런데 어쩌나. 위성 정당 창당을 두고 후한무치하다고 물어뜯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꼴을 보니 투표도 하기 전 기대를 접었다.

25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만 50개이다. 투표용지는 역대 선거 중 가장 긴 60㎝다.

2020년 등록한 정당만 해도 집권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제1야당의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비롯해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중소자영업당 등 19개다. 전체 정당의 38%가 올해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깨어있는시민연대당과 정치개혁연합의 등록일은 이틀전인 24일이다.

정당득표율이 3%가 넘으면 3~4석의 의석을 얻을 수 있는 선거법이 만들어진 탓에 비례대표 쟁탈전은 더욱 치열하다.

국회의 문턱이 낮아져 정당이 늘어났다면 한숨이 나오진 않았을 터이다.

여전히 정치권은 국민이 안중에 없다. 오직 움켜쥔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뺏긴 자리를 빼앗기 위해 발버둥치는 데만 급급하다.

국민을 위한 국회는 사라지고 정치인을 위한 국회만 남았다.

총선 후보들이 출마의 변으로 “수구정당을 잡겠다”, “정권을 심판하겠다”, “대통령을 지키겠다”, “통째로 바꾸겠다” 고 나서고 있는 마당에 국민은 그저 유권자에 불과하다.

공자가 말하길 정치는 올바른 것(政者正也)이라고 했다.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하느냐”라고 묻는 노나라 정치권력자인 계강자에게 공자는 말했다.“귀하가 올바르게 백성을 이끈다면, 누가 올바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계강자가 나라에 도둑이 많은 것을 걱정하자 공자는 “귀하가 진실로 탐욕하지 않는다면, 상을 주어도 백성들이 도둑질을 안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정치는 탐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을 올바르게 이끄는 길과 같다.

책임보다 권한을 앞세운다면 국민은 늘 불안해 할 것이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치인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워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무게 6g에 불과한 국회 배지를 달기 전 정치인은 고개를 숙인다. 서민의 아픔을 모두 품겠다고, 대학 무상교육을 이행하겠다고, 취준생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한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인의 눈에는 자리만 보인다. 소속 정당을 위해서라면 몸싸움도 불사한다. 입으로는 국민을 위해서라고 변명한다.

출근길 거리에 게시된 정당별 후보자들의 슬로건을 훑어봤다.

경청하는 참신한 정치인, 인물이 다르면 미래가 다르다, 세상을 바꿔라, 확 바꾸겠습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등등. 참으로 그럴 듯하다. 자칫하면 속을 뻔 했다.

여전히 서민의 삶은 팍팍하다. 청년들은 취준생의 딱지를 달고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사교육 시장에 내몰린 학생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학원을 맴돈다.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눈높이가 그대로인데 국민의 삶이 달라지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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