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y Anything Day
Buy Anything Day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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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재난은 지옥을 관통해 도달하는 낙원이다.'

미국의 대중적 지식인 레베카 솔닛이 대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혁명적 공동체에 대한 정치사회적 탐사 `이 폐허를 응시하라'의 서곡에 기록된 이 문장은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명문이다.

아직은 시기상조이고, 전 세계로 번지는 코로나19의 재난 양상이 심상치 않아 마음을 놓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의 상황은 변곡점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말할 때가 되었다.

인류를 유린하고 있는 코로나19의 근본 원인은 위기 상황으로 내몬 환경과 기후에 대한 인간의 침략에 있다. 무분별한 성장과 확장의 탐욕으로 인류는 야생동물의 영역을 빼앗으며 공존의 질서를 무너뜨렸다. 욕망적 육식 선호와 화석 연료의 남용으로 지구온난화의 기후위기를 만들면서 잠들어 있던 동토(凍土)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준동하게 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레베카 솔닛이 말한 `재난'과 `지옥', 그리고 `낙원'은 위기의 순간에 발휘되는 공동체 정신과 이타주의를 말한다. `대한민국과 한국인은 국난 극복이 취미인 듯하다'는 찬사가 등장할 만큼 우리의 대응과 국민의 슬기는 눈부시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라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펼쳐진 선제적 차단과 방역은 세계의 모범이 됐다. 동원하지 않아도 기꺼이 몸을 던진 의료진과 국민의 봉사, 그리고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은 코로나19의 변곡점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가능하게 한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의 공포를 떨쳐버리고 우리를 엄습하는 새로운 위기를 떨쳐내기 위해 다시 힘을 모아야 할 때를 맞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사투는 건강권을 지키려는 본능이다. 몹쓸 바이러스의 침략에서 인간을 지켜내기 위한 방역은 건강권 대신 경제를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코로나19의 위기에 대해 `병에 걸려 죽기 전에 굶어 죽게 생겼다'는 탄식은 절대로 엄살이 아니다.

지난 10일자 <수요단상. 머무름과 성찰, 위기의 강을 건너는 법>에서 나는 청주시 도서관의 책 배달 서비스를 제안한 바 있다. 청주 오송도서관에서 `북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안전을 위해 문을 닫은 도서관의 기능을 되살리고 있다니 다행이다. 개브리얼 제빈은 소설<섬에 있는 서점>을 통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위기의 순간에 독서를 통해 인간다운 성찰과 공동체에 대해 학습하는 것은 코로나19를 이겨내는 길고도 차분한 길이다.

경제사정이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방역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경기부양은 동시에 노력해야 하는 모순이다. 건강을 지키면서 경제를 회복시키는 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러므로 추경이 편성되고 재난기본소득이 고려되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의 노력처럼 과감하고 거칠 것 없는 정책적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가본 적이 없는 길을 새롭게 뚫어야 한다.

`함께 웃는 도시'청주에서 `Buy Anything Day'를 가장 먼저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Buy Anything Day'는 2011년부터 전 세계 65개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Buy Nothing Day'의 역발상이다. 캐나다의 예술가 테드 데이브가 처음 시작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은 자본주의 경제의 지나친 소비지향성을 반대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에 무엇이든 사는 날, `Buy Anything Day'는 서비스 산업과 소상공인이 주류를 이루는 청주의 산업 구조에서 소비의 진작과 멈춰버린 소비의 관성을 회복시키는 시민운동으로 확산하는 희망이다. 청주페이의 할인율을 확대하고, 집단 급식소의 중단으로 위기에 처한 지역 농산물의 판매 확대를 위한 대대적인 로컬푸드 장터로 축제 같은 장날을 여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식당을 안심식당으로 지정하고, 상인들도 과감한 할인을 통해 호응해야 한다.

여행과 회식, 문화 예술 공연을 비롯해 농산물 등은 각각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적정한 때가 있다. 그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봄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도시를 위해 지금부터, 그리고 먼저 시작해야 한다. 재난과 역경을 이겨 낼 가장 큰 힘은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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