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요즘 뭐 하시나요
똑똑, 요즘 뭐 하시나요
  •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19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논단
주말논단
주말논단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뜻밖의 말을 듣고 무슨 뜻인지? 몰라 당황하다가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이 제한되어 삶이 아주 단순하다. 뚜렷하게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TV도 잘 보지 않는다. 누구를 만나기가 조심스러워 특별한 일 외에는 무조건 산행한다. 오늘은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에 산이 아니라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친구 집에 들어서자마자 셋이서 “니가 왜 거기서 나와” 한다.

대부분 사람이 코로나19로 세상 사는 맛이 안 난다며 풀이 죽어 있다. 이 와중에도 코로나19로 봉사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이 있어 잠깐 봉사 활동 나갔는데 어떤 분이 “세상 참 000” 한다. 그래도 한가락 기쁨이 있다면 목요일 저녁 미스터트롯 보는 것이라고 한다. 미스터트롯이 어떤 프로이기에 요즘 같이 어수선한 시기에 기쁨을 주는 걸까 싶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공교롭게도 그날이 프로그램 마지막 날이라 채널을 고정하고 텔레비전 앞에 몇 시간 딱 붙어 앉아 시청했다.

중년인 나는 생기발랄한 젊은 남성 출연자들이 나와 펼치는 무대에 매료되었다.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시대, 남성 출연자라고 하면 성차별, 언어적 성추행 발언이라고 태클을 걸어오는 사람은 없겠지? 이럴 때 굳이 순화어를 써야 한다면 뭐라고 해야 하나? 에라 모르겠다. 그래도 젊은 오빠들이 대거 출연해 멋진 무대를 펼치니 무기력한 삶의 활력소가 된다. 무명에서 유명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가수의 길이기에 무대 위에 펼쳐지는 모습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그 고초가 지레짐작이 간다.

의외로 무대에서 태연스레 노래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깜짝 놀랐다. 오히려 시청하고 있는 나는 분위기에 푹 빠져 눈시울을 붉히다가도 그 어디에선가 “순이”하며 찾아 헤매는 이가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했다. 방송을 보면서 “니가 왜 거기서 나와”가 영탁의 노래 제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래를 듣고 난 후 수시로 흥얼거린다. TOP7 출연자 모두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매너면 매너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데 누구에게 문자투표를 하란 말인가?

시청률이 35.7%로 역대 오락프로그램 중에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민의 관심을 모은 만큼 뒷이야기도 무성하다. 실시간 문자투표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서버에 문제가 생겨 전무후무한 방송사고로 최종 결과를 발표하지 못한 채 방송을 끝냈다. 문자투표로 순위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만큼 특정 출연자를 지지하는 팬들은 문자투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전체 4000점 중 1200점에 해당하는 국민투표(30%)의 집계 방식과 사전 안내 없이 오·탈자나 특수문자, 이모티콘 사용이 무효처리되어 시청자와 특정인을 지지하는 팬들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방송사 측은 “773만1781콜이라는 유례없는 문자 투표수가 단시간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결승진출자 7명의 득표수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서버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일이 벌어졌다”라고 해명하지만, 공정성, 신속성, 신뢰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의욕을 잃은 시대, 경쾌한 리듬감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스터트롯은 일상 대화 속에 코로나라는 말을 잠시 잊게 했다. 종편 후 팬카페까지 가입하고 유튜브로 미스터트롯을 밤낮으로 듣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우리가 개척하며 만들어나간다. 미스터트롯은 잠시 잠깐 유행처럼 지나가는 오락프로다. 삶은 현실이다. 현재 우리가 어떤 자세로 세상을 개척하고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현실에 직면한 코로나와 4·15 총선, 우리는 지금 어디에 더 비중을 두고 있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