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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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03.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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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끈질기게 따라붙는 아침잠을 ?기 위해 욕실로 들어섰다. 문득 고개를 드니 낯선 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헝클어진 머리에 부은 얼굴, 감은 건 지 뜬 건지 헷갈리는 두눈.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자 거울 속의 사내도 멈칫하며 뒤로 멀어진다.
`세수로는 안되겠는데'
샤워꼭지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정수리를 때리며 정신이 한결 맑아졌다.
수건으로 김이 서린 거울을 닦았다.
내가 나로 알고 있는 익숙한 얼굴이 깔끔한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코로나19의 커다란 파도 앞에 존재감이 쪼그라 들었지만 다음달 15일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사상 초유로 감염병 사태 속에서 치러지는 총선이다. 길거리 선거운동도, 다수가 모이는 행사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미래통합당 양금희 후보의 사무장은 사망한 뒤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후보는 선거캠프가 입주한 건물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해 선거 캠프를 옮겼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마스크를 낀 채 소독약을 들고 지역구 곳곳을 소독하는 방역 선거운동도 등장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선거운동도 나타났다.
서울 광진을에 출마하는 민주당 고민정 후보와 통합당 오세훈 후보는 유튜브에서도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 19사태로 걸그룹의 칼군무를 연상시키는 길거리 퍼포먼스가 사라지고 새로운 형태의 선거운동 방식이 등장했지만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구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고 한편에서는 진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공언했지만 전략 공천과 공천배제과정에서 컷오프된 일부 후보들이 반발하는 등 곳곳에서 잡음이 생기고 있다.
보수 세력의 통합으로 탄생한 미래통합당도 공천과 함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 40명 추천명단을 독자 발표하면서 발칵 뒤집혔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는 `셀프 공천'과 `옥새 파동'이 대표적인 공천 갈등으로 기록됐다.
당시 민주당에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범친노 진영이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정면충돌했고, 새누리당에선 친박계와 비박계가 대립했다.
당시 자신의 이름을 비례대표 2번에 올렸던 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친노·친문 진영에서 `셀프 공천'이라고 비난하자 대표직 사퇴를 시사하며 집으로 갔다.
결국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에게 사과했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김 대표 자택을 찾아 설득에 나섰다.
당에 복귀한 김 대표는 총선을 진두지휘해 야당이던 민주당을 제1당의 지위에 올려세웠다.
한편 새누리당 청와대와 비박계의 갈등은 김무성 대표가 공천장 직인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가버리는 `옥새 파동'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 낙인이 찍힌 유승민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되자 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거대 양당 구도로 인한 대립의 정치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까지 겪으며 도입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정당(위성정당)의 등장과 함께 그 의미가 퇴색했다.
지난 선거과정을 되돌아보며 우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모습을 현재의 시점으로 살펴 볼 수 있다.
선거는 민심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잠에서 떨 깨어난 헝클어진 형상으로 나타날 지, 성숙한 시민의식의 물세례로 단련된 차원높은 유권자의 모습으로 비쳐질 지, 거울 속에 반영될 이번 선거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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