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마을변호사 이야기
두 번째 마을변호사 이야기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0.03.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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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두 번째 마을변호사 이야기입니다. 1월 9일 자 기고에서 소개하였듯이 마을변호사는 판사나 검사 출신의 전관(前官) 변호사나 큰 법인 소속의 변호사와 다르게 규모가 작은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사무소의 규모나 소재지와 관계없이 법무부로부터 무변촌(無辯村)지역에 배정되어 봉사하는 변호사를 말합니다.

남일면에 법률사무소가 있고 보은 산외면과 속리산면 마을변호사이니 진짜 마을변호사가 되어 외가도 들를 겸 법률봉사활동을 하려고 하니,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쳐 이동과 활동을 주춤하고 있다가 답답하기도 하고 계절도 바뀌고 있는데 시간을 더 미룰 수 없어 이달 초에 보은으로 발길을 향하였습니다.

마침 소송구조사건을 위해 의뢰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소송구조사건이란 민사·가사·행정사건에서 사회적 취약계층 등 자력이 좋지 못한 당사자가 소송구조 변호사명부에 있는 변호사를 국선으로(무료로) 지원받는 사건으로써 소송비용을 국가가 부담하여 변호사에게 일정의 소액을 지급하는 사건을 말합니다. 의뢰인은 보은에 사는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소송구조를 요청하는 의뢰인 역시 보통 법률사무소를 방문하여 상담을 하게 되는데, 청주까지의 이동 자체가 불편할 것이라 차마 법률사무소 방문 요청을 할 수 없었고 이참에 동선을 맞춰 의뢰인댁으로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이 사안의 경우는 당사자가 시각장애인이라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보통의 생활이 불가능한 데서 오는 불편으로 가정의 불화가 생겨 이혼청구를 당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당사자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그냥 두면 소송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음에 돕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직접 찾아오기를 잘했다는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 속리산면과 산외면을 방문하였습니다.

두 면장님 모두 태어난 고향에서 면장을 하고 있어서 지역의 현안을 정말 잘 알고 있었고, 이렇게 직접 인사를 올 줄 생각도 못했다며 기쁘게 맞아 주었습니다. 제 연락처를 드리고 추후 이장단과의 협의를 통해 계절마다 방문하여 같은 시간대에 순차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기로 하였습니다. 잠깐만 얼굴 뵙고 상담을 해도 풀릴 문제가 많아 보였습니다. 또 외가가 여기에 있다고 하니 외삼촌 누구의 조카라면서, 또 이장인 사촌형 누구의 동생이라면서 훈훈하게 맞아 주시는 게 마치 고향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산골지역이라 봄이 성큼 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욕심이겠지만 제가 가는 길마다 사람에게서 향기가 나는 봄을 몰고 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이렇게 먹고사는 문제, 함께 사는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더불어 잘 살자고 손을 내밀면 법의 문제라도 곳곳이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할 것입니다.

/변호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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