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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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0.03.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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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단말쓴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감옥살이나 진배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지도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그랬음에도 아직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그라지지 않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출몰하고 있어 애가 탑니다.

어느새 8천 명이 넘는 확진자를 냈고 그 중 90여 명은 불귀의 객이 되는 참화를 입었으니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입니다.

그러다 보니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제작하고 유통 판매하는 종사자들 외에는 사회 전분야가 개점휴업상태나 다름없어 국가경제와 가계는 빈사상태에 빠졌고, 국민들 또한 일상의 자유를 내려놓고 살아 사회 전반이 몹시 암울합니다.

오죽하면 민초들이 `별일 없지요? 마스크는 구했나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겠어요.

그래요. 언제 어떻게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누굴 만나거나 안부전화를 걸 때 첫 인사가 `별일 없지요'이고, 믿을 건 마스크뿐인데 구하기 힘드니 `마스크는 구했나요'라고 묻는 거죠.

또 매화 산수유 미선나무 등의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린 지 오래인 완연한 봄인데도 세상살이가 이처럼 암담하기만 하니 `춘래불사춘'입니다.

고진감래라 했던가요.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묵묵히 감내해준 국민들의 고통분담과 의료인들의 헌신적인 치료와 공무원들의 고군분투에 힘입어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고 완치자 수도 늘어나고 있어서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러자 진보진영과 진보성향의 언론들은 세계 각국이 한국정부의 대처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벤치마킹하려 한다며 정부의 노력과 성과를 대놓고 치켜세우고 있고, 보수진영과 보수성향의 언론들은 정부의 초동대처 실패와 그로 인한 지역사회 감염확산과 마스크대란까지 초래해 국민들을 힘들게 한 무능정부라고 심판받아야 할 정권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직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지도 않았고 자칫하면 중국발 바이러스보다 감염속도와 치사율이 훨씬 높은 유럽발 바이러스가 역 유입될지도 모르는 엄혹한 판국에 양 진영이 이처럼 따로국밥으로 노니 기가 찹니다.

총선이 코앞에 닥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샴페인을 터트릴 때는 더더욱 아닙니다.

좌우할 것 없이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번진 불을 꺼야 할 때입니다.

입초사가 큰일을 그르칠 때가 많으니 살얼음 걷듯 꺼진 불 다시 살펴보듯 조심하고 또 경계해서 사태를 완벽하게 종식시켜야 합니다.

그게 정부와 정치권의 마땅한 책무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입니다.

차제에 이런저런 연유로 인해 집회를 강행하고 있는 일부 개신교들에게 부탁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는 타 종교처럼 신도와 이웃들의 안위를 위해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밀접활동을 멈춰주기 바랍니다.

당신들이 섬기고 의지하는 하나님께서도 공동체의 상생과 공존을 원할 것인즉 꼭 그리하기 바랍니다.

바이러스. 숙주가 없으면 단독으로 증식할 수도 없고, 물질대사나 에너지를 만들 수도 없는 놈인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이 그놈 하나 어찌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내로라하는 국가들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경폐쇄에 외출금지령까지 내리며 코로나19 바이러스 차단과 퇴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만큼 사태가 위중하다는 반증입니다.

소낙비는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바이러스가 소멸될 때까지,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길은 하나입니다. 의사협회가 권고한 격리자 생활수칙과 일반인 생활수칙을 잘 지키면 됩니다.

확산방지를 위해 초·중등학교 개학도 4월로 연기하는 엄혹한 때입니다.

마스크를 쓰면서 새삼 침묵의 미학을 배웁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인즉 부디 안녕하시기 바랍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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