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과 영화 '김종욱 찾기'
김종인과 영화 '김종욱 찾기'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1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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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내가 21대 총선을 앞둔 정치판에 또다시 등장한 `김종인'이라는 이름을 통해 오래된 영화 `김종욱 찾기'가 떠오른 까닭을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나는 지극히 낭만적이거나, 현실과 꾸며낸 이야기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결국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더 이상 `김종인'이라는 이름이 `실종'되고 말 것을 예상했고, 그게 적중했다는 걸 자랑하고 싶지도 않다.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 27일 남았다. 코로나19로부터 생존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온 국민이 고통과 인내,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않는 마당에 선거 얘기나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는 손가락질도 있겠으나, 이는 무조건 타당한 일이다. 지금처럼 국민의 슬기가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코로나19는 조만간 극복될 것이고, 국민의 관심이 멀어진 사이 또 다른 국난을 불러올 잠재력이 정치판에는 얼마든지 기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김종욱 찾기'의 주인공 서지우는 첫사랑을 가슴 속에 묻어둔 채 살아간다. 결말을 두려워하며 `운명은 운명으로 남긴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도 그렇다. 과정에서의 꼼수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모른 척하거나, 모르거나, 정도의 차이를 떠나 그 결말이 우리 모두의 `운명'으로 남게 된다는 건 비극이다.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찾아야 할 대상은 미지의 첫사랑이다. 현실정치에서 `김종인'을 다시 소환하는 것은 아련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패권을 향한 지극한 욕망에 불과하다. 그를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킹 메이커'로 부른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킹'은 도대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게다가 `메이커'는 개인 `김종인'이 아닌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 지극히 당연하다.

이처럼 당연한 명제마저도 개인 `김종인'에게 의지하려는 시도는 후진적인 정치를 대놓고 웅변하는 것과 다름없다.

`김종인', 그는 비례대표로만 다섯 번 국회의원을 지낸 관록을 갖고 있다. 민정당 소속으로 2번, 민자당으로 1번, 새천년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각각 1번씩이니, 진영을 넘나들며 전설적(?)으로 정치역사를 주무른 셈이다. 바로 여기에 대한민국 정치와 정당의 후진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종인'으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판은 여당과 야당을 가릴 것 없이 정체성의 애매모호함이 상징된다.

특히 이들이 제1당과 2당을 나눠 먹는 사이 인재를 키우거나, 국가의 안녕질서 및 국민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새 인물을 찾아낼 능력을 스스로 갖추지 못했음을 `김종인'의 오락가락 행보로 인해 자인한 꼴이다.

`김종인'으로 인해 한국 현대사의 정제되지 못한 질곡과 모순은 여과 없이 드러난다. 패권을 위해서라면 니편도 내편도 가리지 않는 탐욕에 `주권국민'이라는 숭고한 이름이 외면되고 있음을 자성하는 정치는 국민과 너무 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편이 내편이라는 기회주의적 속성을 `김종인'으로 인해 온 나라와 국민,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감염시키고 있음을 정치권만 모르고 있다는 것은 비극이다.

`김종인'으로 인해 `엘리트 패닉'은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으며, 토지공개념이거나 금융실명제 등 뚜렷한 투명성과 공공성에 대한 확신을 부정할 수 있는 전염을 완치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판에 정치로부터 역사적 진정성과 진실성을 찾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모든 정치적 불신의 시작은 `김종인'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서지우의 상대역 한기준은 첫사랑과의 쓰라린 결별에 대해 `용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낼 만큼 절실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쓸쓸하게 회상한다. 경계의 구분 없이 패권에 대한 탐욕에 따라 거듭 소환되는 `김종인'의 이름은 `용기가 없'거나 `용기를 낼 만큼 절실하지 않'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무책임, 그리고 냉철한 판단의 부재를 노리는 바이러스와 같은 것.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처럼 더 이상 `김종인'이 준동하지 않는 정치판 역시 국민의 슬기로 만들 것. 첫 투표를 하는 18세 청춘의 설렘과 미래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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