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에게 던지는 질문
공동체에게 던지는 질문
  • 추주연 청주교육지원청
  • 승인 2020.03.1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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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추주연 청주교육지원청
추주연 청주교육지원청

 

며칠간 꾸물꾸물하던 하늘인데 오늘 아침 반짝 햇살이 거실을 가득 채운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온 작은 수술을 하느라 3일간 병원 신세를 지고 집에서 요양한 지 1주일째다. 수술 첫날에 비하면 한결 줄어든 통증으로 마음까지 가볍다. 봄기운을 부르는 햇살의 따사로움이 고맙기만 하다.

아파 보니 많은 것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 낯선 병실에서 온종일 함께 누워 있게 된 옆 침대 아주머니가 건네준 청포도 알사탕이 비할 데 없이 달콤하다. 병원침대에 누워 안부를 묻는 사람들 전화를 받으면 불쑥 울컥해진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에서 그간 바쁜 일상 속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애정을 찬찬히 받고 누린다.

수술 후에는 한동안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 고기와 밀가루, 카페인, 유제품이며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라니 어째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안 먹는 것이 아니라 못 먹는다는 생각에 괜스레 울적해진다. 1년 가야 한 번도 먹지 않던 우거지 감자탕의 얼큰한 국물이 그립고, 평소에는 탐탁지 않던 라면 냄새에 침이 고인다. 따끈한 물 두어 모금 마시는 것으로 그저 허전한 입맛을 달래본다.

뿐만이 아니다. 마취가 풀리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긴장과 통증이 밀려왔다. 기침 한 번에도 몸이 새우처럼 구부러지고 발가락이 움찔거린다. 온몸의 감각이 팽팽하게 살아있다. 통증 덕분에 우리의 몸이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건강의 소중함은 잃고 나서야 안다더니 옛말 그른 것이 없다.

꼼짝없이 누워만 있는 내 모습처럼 요즘 온 나라가 코로나19로 긴장 상태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방방곡곡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뿐이랴,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초연결 사회라는 말이 더없이 실감 난다.

김승섭은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1979년 리사 버크먼의 코호트 연구 결과를 빌어 사회적으로 연결될수록 더 오래 산다고 말한다. 사회적 관계망으로 측정한 사회적 연결 정도에 따라 사망률에 차이가 있는데 더 많이 연결되어 있을수록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사태를 단면으로 본다면 연결을 단절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최상의 방법일지 모른다. 정부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고 있고 한적해진 도심 상가골목을 보면 사람들 간 거리가 멀어진 듯 보인다. 그러나 물리적 거리를 넘어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온정의 손길이 우리를 치유한다. 마스크를 만들어 나누어주는 사람들, 의료원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보내는 사람들, 희망의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사람들….

누군가의 책임을 따지거나 무능을 탓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힘들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힘겹다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위기를 넘어서자고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고맙고 든든하다.

어떤 공동체 속에서 우리는 건강할 수 있는가? 개인이 처한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아픔과 기쁨에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가 아닐는지. 우리의 공동체에게 질문이 던져졌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답을 함께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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