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재단, 신뢰성 확보 우선돼야
충북문화재단, 신뢰성 확보 우선돼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3.16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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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현대사회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중시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투명사회로 이행하면서 이 두 가지 항목은 공공기관이나 공인의 생명줄이 된 지 오래다.

한국사회의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시하게 된 데에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신뢰받지 못하는 사회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국민의 인기를 한몸에 받다가 한순간 추락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이 두 가지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요구하는 국민이 많아졌고, 그만큼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큰 산이기도 하다.

산업과 개발이 황금만능주의를 부추기면서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소위 `빽' 없이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말처럼 극자본주의가 한국에서의 공정한 사회를 무참히 무너뜨렸다.

이에 대한 반작용처럼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과 신뢰성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인정주의로 살아온 세대에서 이성주의, 개인주의로 성장해온 세대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변화의 필요성은 그만큼 절실해진 것이다. 공공을 담보해야 하는 기관이나 공인에게 사회 구성원들이 더 엄중한 잣대들 들이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젊은 층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이유도 그 베이스에는 공정성과 신뢰성이 작용한다. 어른들은 학벌도 좋은 젊은이들이 세상에 도전하지 않고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려 산다고 혀를 차지만, 학연과 지연, 혈연으로 끈쩍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눈치 챈 젊은이들이 일찌감치 그나마 공정성이 확보된 공무원 사회로 눈을 돌린 것이다.

예술계도 마찬가지다. 문화예술계의 사업이 커지고 다양해 지면서 이 분야에서의 공정성과 신뢰성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이는 지역의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있는 충북문화재단이나 청주문화재단의 사업에 지역예술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돈줄을 쥐고 있는 공공기관에서 예술인을 더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 배려에는 공정성과 신뢰성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2011년 12월 출범한 충북문화재단은 올해로 9년째지만 매년 심의를 둘러싼 소소한 잡음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역시 지역의 예술지원 기관인 충북문화재단은 문화예술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가 아니라 과정에서의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재단의 공공성과 신뢰성에 흠집이 아닐 수 없다.

연간 23억여원의 예산이 집행되다 보니 사업의 첫 관문인 심의부터 공정성의 시험대가 된 것이다. 객관적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을 위촉해 심의해도 불만과 의혹이 제기되고, 지원기관으로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는 구조다. 여기에 심사의 기준이나 근거에 대한 이의제기도 맞물리면서 사업을 지원하는 재단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공정하게 한다 해도 우열이 가려진 것 같은 당락과 지원 중단으로 떨어진 팀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역예술계의 불만을 잠재우고 협력적 관계를 위한 노력을 견지해야 하는 것도 재단의 몫이다. 재단은 심사에 대한 이의제기에 납득할만한 근거와 심사원칙과 심사기준에 대한 명확한 메뉴얼을 제시해야 한다. 예술인들의 불만에 따라 심사기준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오히려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다. 심사와 관련해 선명한 기준을 만들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문화예술산업 분야가 확대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공공기관과 예술인의 협력이 요구되고 있다. 충북문화예술계가 경쟁력을 갖추고 발전하려면 신뢰 확보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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