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한 황영호의 뒷모습은 깔끔했다
낙천한 황영호의 뒷모습은 깔끔했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03.16 2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모두가 잠든 새벽 이 시간. 오랜 고민의 결론은 불출마입니다.”

황영호 전 청주시의회 의장이 미래통합당의 충북도의원 청주10선거구(우암·내덕·율량사천동) 보궐선거 추가공모 마감일인 16일 오전 5시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이 게시된 순간 청주10선거구를 맴돌던 통합당의 `황영호 전략공천설'은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반발을 준비했던 청주10선거구 예비후보의 기자회견도 취소됐다. 황 전 의장의 글이 공개되자 지역정치권에서는 참신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요즘 지역정치권은 여야의 4·15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의 반발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통합당 청주 청원 국회의원선거 공천에서 탈락한 황 전 의장도 반발할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이번 선택은 `아름답다'는 평가도 얻고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청주시장 후보로 나섰다 낙선한 후 지난해 11월 한국당 청주 청원당협위원장에 추대돼 재기를 꿈꿔왔다.

그러나 범보수진영 통합으로 탄생한 미래통합당은 총선 공천을 하면서 청원선거구에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후 입당한 김수민 국회의원을 전략공천했다. 지난해 12월 예비후보등록일에 맞춰 등판해 표밭을 갈아온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낙천이 결정됐을때 황 전 의장은 아쉬움을 피력하면서도 깔끔하게 당의 결정에 승복했다.

그 후에 등장한게 청주10선거구 도의원 보궐선거 `황영호 전략공천설'이다. 당에서 그의 선당후사의 정신을 높이사 그에 대한 보답으로 때마침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청주10 보궐선거 전략공천을 줄 것이라는 설이 지역정치권에 파다하게 퍼졌다. 이에 화답하듯 통합당 충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청주10선거구 추가 공모를 발표했다. 누가 봐도 황 전 의장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공모였다. 청주10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 입장에선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황 전 의장은 끝내 정치후배에게 화풀이하는 정치를 선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배들을 끌어안았다.

황 전 의장은 이 글에서“당의 역량있는 도의원 예비후보들께서도 이번 선거가 본인은 물론 총선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사력을 다해 승리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저도 미력이나마 당의 총선승리와 도의원 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저의 역할이 있다면 그길을 찾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불면의 밤이 많았다던 황 전 의장은 미련 없이 후회 없이, 2020년 봄 정치를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갔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을 뒤로하고 정도를 선택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미련 없이 제역할을 찾도록 하겠다는 황 전 의장의 뒷모습은 아름답지만, 충북도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잡음을 보면 씁쓸하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