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헌법 개정이 해법
프랑스식 헌법 개정이 해법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03.15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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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한국의 20·30대 유권자는 전체의 35%에 달한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2030 의원은 3명에 불과하다. 20대는 한 명도 없다. 연령을 기준으로 할 때 유권자 35%를 1%가 대변하는 셈이다. 그나마 3명 모두 비례대표로 뽑혀 배지를 달았다. 지역구에 출마해 정치역량을 시험받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2030 의원은 제로다. 50대 이상이 90%를 차지하는 늙은 국회의 현실은 통계에서 드러난다. 20대 국회에서 다룬 법안 2만4154건 가운데 청년정책과 관련한 법안은 68건에 그쳤다. 믿기 어렵지만, 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3건 뿐이라고 한다. 청년이 철저히 소외된 입법 과정에서 제대로 된 청년정책이 생산될 리도 없다.

국민의 80%가 정치의 세대교체를 희망하지만, 청년정치는 총선 때마다 구호와 이벤트에만 등장할 뿐 결과는 늘 초라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마찬가지다. 모 정당에 영입된 한 청년은 “인재영입 행사에서 화려한 찬사와 함께 플래시 세례를 받았지만 이후 당에서 한번도 연락이 없더라”고 푸념했다. 청년 인재들을 불러 들러리 세운 후 방기하는 기만적 정치가 여전한 것이다.

청년후보 발탁과 관련해서는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의 행보가 더 옹색하다. 현재 민주당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은 30대 이하 청년 후보는 5명이다. 아직 청년전략공천지역구가 남아있다고 하지만 8명을 지역구 공천한 미래통합당에 비해 나을 게 없을 것 같다. 승산없는 험지에 차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년 후보로 영입한 소방관 출신 오영환 후보(32)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세습이 무산되며 지역 당직자 400여명이 탈당해 사고 지역구가 돼버린 경기도 의정부 갑구에 공천됐다. 그가 의정부시청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할 때 지역의 민주당 출신 시·도의원은 한 명도 함께하지 않았다. 정치 초년병이 우군이라고는 없는 사지 중의 사지로 보내진 것이다.

반면 세대교체에 앞장서라며 용퇴를 요구 받아오던 민주당의 3,86 의원들은 대부분 살아 남았다. 금태섭은 추가 공모와 경선을 동원해 기어이 퇴출시켰지만, 3,86 주역들은 단수공천을 훈장처럼 달아주며 지역구를 보장했다. 이러니 현역의원 교체율이 오히려 통합당에 뒤질 수밖에 없다.

여성도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국회의원은 51명(17%) 뿐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여성단체 행사에서 “총선후보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천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민주당 여성 후보는 29명에 불과하다.

청년과 여성이 선거 때마다 1회용 소비재로 전락하는 관행을 깨려면 프랑스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프랑스는 1945년 첫 여성 의원을 배출했으나 여성이 전체 의석(하원)의 10%를 차지하기 까지는 장장 52년(1997년)이 걸렸다. 이 더딘 행보에 탄력을 붙인 것은 룰(법)이었다. 프랑스는 1999년 헌법을 개정했다. 헌법 3조에 `선출직 공무원과 의원에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진출하도록 한다'는 규정을 넣고 특히 `정당은 이 원칙을 현실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00년에는 모든 선거에서 여성과 남성 후보를 동수로 추천하도록 하는 `빠리테법(La Parite)'을 만들었다. 룰을 지키지 않은 정당은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패널티를 준다.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는 아예 선관위에서 접수하지도 않는다.

지난 2017년 총선에서 프랑스 여성 의원 비율은 39.6%로 올라갔다. 프랑스 정치의 성적 균형도가 세계 193개국 중 바닥권에서 18위로 급상승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으로 오랜 관행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도 청년과 여성이 제도적으로 정계 진출을 보장받도록 공천 할당제나 균형제 등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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