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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0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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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조심! 불조심!
박 종 희 <진천소방서 119구조대장>

늘 불과 접하는 직업이다 보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내가 근무하는 곳이 농촌 지역이어서 화재도 시골과 연관된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

지난 3월 진천읍 김흥숙 할머니 (79·가명) 혼자 사시는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벽돌 목조스레트 지붕으로 이루어진 집 전체에 불길이 번진상ㄷ태였다. 도착즉시 인명파악을 하고 있던 중 다행히 김흥숙 할머니는 밖에 나와 있었다. 나는 안심이 되어 "할머니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라고 하자 눈앞에서 모든 재산이 불기둥에 쓰러져가는 것을 보고 정신을 잃고 있던 80세의 독거노인 두 눈에 눈물마저 잃어버린 상태였다. 할머니는 내 두 손을 잡으시고, "어떻게 하면 좋노 어떻게 하면 좋노 내가 너무 오래 살았어 이 꼴 보려고 내가 너무 오래 살았어" 하면서 흐느껴 우셨다.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응어리와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나라에서 다 해줄 거예요"라고 안심을 시켜드렸다. 화재원인을 조사한 바 아침에 재래식 부엌아궁이에 군불을 지펴놓고 볼일을 보다가 나무단에 옮겨 붙어 난 화재였다.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재유형이다. 동네 이장님과 대책을 간단히 의논하여 마을회관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군청 및 적십자사 등 봉사단체에 연락을 하고 소방서 화재피해복구 안내문을 동네 분들에게 나누어 드린후 무거운 마음으로 소방서로 발길을 돌렸다.

"조심! 조심! 불조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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