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당원은 허수아비가 아니다
진성당원은 허수아비가 아니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03.15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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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매번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용어가 진성당원(眞性黨員)이다. 사전적 의미는 `정당에 가입하고 당비를 납부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당원'을 말한다. 통상 더불어민주당계열의 정당에선 `권리당원', 미래통합당계열에선 `책임당원'이라 부른다. 정의당 등 진보정당에선 용어 그대로 진성당원이라고 한다.

진성당원의 존재는 주요정당에서 다수의 공천신청자가 있을때 공정한 공천의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선이 치러질때 부각된다.

통상 거대정당의 경선원칙은 진성당원 50%와 일반국민 50%를 배분하는 투표로 정해져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이 원칙하에 모든 선거를 치른다.

하지만 이 원칙은 각 당이 처한 상황에 따라 쉽게 무력화된다.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이 참여하는 촉박했던 합당과정을 이유로 이번 총선공천을 위한 경선은 책임당원 투표 없이 100% 국민경선으로 치렀다. 충북에선 제천·단양과 중부3군(증평·진천·음성)이 해당됐다. 경선 투표권 행사를 위해 입당했던 당원들로서는 허탈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문제는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거대정당이 분당과 합당과정을 거치는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 민주당계열의 정당도 지난 2008년부터 2016년 총선까지 수많은 선거에서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권리당원이 참여하는 경선보다 국민경선으로 치른 경우가 많았다.

합당에 참여한 정당의 당원명부를 하나로 합치는 작업도 어렵지만, 이들 진성당원여부를 증빙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선 투표권을 주는 문제가 또 다른 분란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는 방안이 국민경선이다.

진성당원의 권리보단 정치공학적 셈법에 의거한 합당으로 인한 이익이 더 크게 부각된 결과라 하겠다.

하지만 진성당원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거대정당의 아성이 견고하지 않다는 사실이 가끔 드러난다.

지난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개한 지난해 각 정당의 후원금 모금액을 보면 진성당원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난해 선관위에 등록된 총 15개 중앙당후원회 중에서는 정의당이 12억3200여만원으로 모금액이 가장 많았다. 정의당은 당원 100%가 진성당원인 정당이다. 당원수는 대략 5만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그 뒤로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8억7800여만원, 민중당 8억1100여만원, 더불어민주당 6억8300여만원, 우리공화당 5억2000여만원, 자유의새벽당 1억500여만원, 노동당 5700여만원, 녹색당 2900여만원, 우리미래 2600여만원, 민주평화당 800여만원, 기독당 500여만원, 바른미래당 300여만원, 국가혁명배당금당 200여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100명이 넘는 국회의원과 적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100만명까지 당원을 보유한 민주당과 통합당의 정당후원금 모금액이 국회의원 6명으로 국회 교섭단체(국회의원 20명이상)를 꾸리지도 못한 정의당에 턱없이 부족했다. 심지어 민주당은 국회의원 1명으로 겨우 원내정당에 이름을 올린 민중당보다도 1억3000여만원이 적었다.

사람은 대접받은 만큼 돌려주려는 성향이 강하다. 허수아비 대접을 받은 진성당원의 선택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뻔하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당비 납부를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가까운 지인이 다음 선거에서 타 정당 후보로 출마하려고 한다면 기꺼이 정당을 옮길 수도 있다.

선거 승리도 중요하겠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도 진성당원이 그대로 남아 지지를 보내는 정당, 그런 정당이 많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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