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03.11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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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 (진천)
공진희 부장 (진천)

 

왕소군은 중국 4대 미녀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나머지 세 사람은 춘추시대 월나라의 미녀로 오나라 왕 부차에게 보내져 오나라의 국정을 혼란에 빠뜨린 다음 결국 오나라를 멸망으로 몰아넣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서시, 삼국지에서 동탁과 여포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미인계에 이용된 초선, 당나라 현종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오빠 양국충과 함께 당나라 국정을 어지럽히고 결국 안록산의 난을 초래하는 데 영향을 미친 양귀비이다.

왕소군은 한(漢) 원제(元帝) 원년 18세의 나이에 후궁으로 선발되었다. 그러다가 흉노와의 화친정책에 따라 남흉노의 왕 호한야선우(呼韓耶單于)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황량한 초원지대 흉노의 땅에서 돌아갈 수 없는 고향땅을 그리워하며 봄이 와도 봄을 느낄 수 없는 낙안 왕 소군의 가슴 아픈 심경을 당나라 시인 동 방규는 `소군원'이란 詩에서 노래했다.

`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경칩이 일주일이나 지났건만 세상은 코로나 19에 꽁꽁 묶여 있다.

개학이 3~4주 연기되고 동문회를 비롯한 각종 모임이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으며 경로당이 문을 닫았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가 일상화되고 골목상권은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

하나에서 둘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썰렁한 식장에서 백년가약을 맺는가 하면 식장 예약을 포기하는 신혼부부들이 늘면서 이에 따른 위약금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언론은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에 집중하고 있다.

낯선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가짜뉴스를 빠르게 퍼뜨린다.

여기에 진영과 지역감정이 결합해 특정 지역과 집단에 대한 혐오를 덧씌운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50여일 이어지면서 일상이 무너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연구팀이 한국 리서치에 의뢰해 2월 25~28일 전국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민의 절반 이상(59.8%)이 코로나19로 일상이 정지된 느낌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렇게 코로나19로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보건당국이 7가지 정신건강 대처법을 제시했다.

먼저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만큼 믿을 만한 정보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가짜뉴스를 멀리하라는 조언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더해 빼앗긴 봄을 되찾으려는 커다란 흐름도 시작됐다.

소소한 일상을 되찾으려는 그 주인공은 또다시 국민이다.

코로나 19를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현장에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생업을 잠시 미뤄두고 재능기부로 힘을 보태고,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필요한 물품과 성금을 기부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초수급자가 지자체의 도움에 감사해하며 100만원이 든 구겨진 봉투를 기탁했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임대료 인하운동도 불이 붙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해 선별 진료소를 운영하는 창의적 방법도 찾아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손에 이끌려 오랑캐 땅(胡地)에 왔지만 위기를 극복해 내려는 우리의 노력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지금의 상황을 견뎌내며 코로나19의 인질에서 벗어나 찬란한 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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