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후 역사 기록자 `유공충'
지구 기후 역사 기록자 `유공충'
  • 한강식 보은속리산중학교 교사
  • 승인 2020.03.11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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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한강식 보은속리중 교사
한강식 보은속리산중학교 교사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엉뚱하게 온난화도 재조명 받고 있다. 온난화로 극지방이나 고지대의 빙하들이 녹으면서 얼음에 동결돼 있던 고대의 바이러스들이 깨어나 감염병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올해 초 미·중 공동연구팀은 수만 년 전의 얼음에서 수십 종의 신종 바이러스를 분리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2016년 러시아에서는 영구동토층이 녹아 드러난 사람과 동물의 사체로부터 인근 주민이 탄저균에 전염된 사건도 있었다. 온난화가 미래에 신종 감염병을 가져올 방아쇠가 될 가능성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라는 거대한 무대를 배경으로 자연과 인간 요소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 실험실 같은 통제된 공간에서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성해 연구하기는 어렵다. 대신 과학자들은 과거의 기후를 연구한다. 과거는 이미 일어난 일이고 당시의 기후와 그를 둘러싼 환경은 결정되어 있다. 이를 분석하면 기후와 환경 사이의 인과관계를 찾을 수 있으므로 미래의 기후 변화를 예측할 단서를 얻게 된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어떻게 과거의 기후를 연구할까?

지난 수십 년간 과거 기후를 추정하기 위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온 기후 역사 기록자 `유공충'을 소개한다. 유공충은 대부분 단 하나의 세포로 이뤄진 원생동물로 바다에 서식한다. 약 5만 개 정도의 종이 유공충으로 분류되는데 1만개 정도만 현존하고 있다.

유공충의 가치를 찾아낸 사람은 이탈리아 출신의 고기후학자인 체사레 에밀리아니이다. 물 분자는 두개의 수소 원자와 한개의 산소 원자로 이뤄져 있는데 물을 구성하는 산소에는 무거운 산소도 있고 가벼운 산소도 있다. 유공충은 물과 이산화탄소 등을 이용해 탄산칼슘으로 이뤄진 단단한 껍질을 합성한다. 이 껍질에는 무거운 산소와 가벼운 산소가 일정한 비율로 섞여 있다. 에밀리아니는 온도가 높은 바닷물일수록 유공충이 합성한 껍질 안에 무거운 산소의 비율이 낮아짐을 밝혀냈다. 퇴적된 유공충 껍질 안의 산소 비율을 조사하면 과거의 바닷물 온도를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

2019년 2월 세상을 떠난 해양지구학자 월러스 브로커 교수는 유공충 연구를 통해 과거 기온 변화를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 활동에 의한 기온 상승 가능성을 주장하며 1975년 논문에서 `지구 온난화'라는 표현을 사용해 보편화시켰다.

최근 연구에서는 공룡의 멸종이 화산이 아닌 소행성 때문임을 유공충 연구를 통해 뒷받침했다. 중생대 말기라면 보통 공룡의 멸종만을 떠올리지만 비슷한 시기에 해양 생명체도 많은 수가 멸종을 맞이했다. 연구진은 소행성 충돌 당시 발생한 암석 파편들이 바다로 가라앉으면서 급격한 산성화를 초래했을 것으로 본다. 탄산칼슘은 물의 산성이 강할수록 잘 녹는 성질이 있으므로 탄산칼슘으로 몸체를 구성하는 해양 생명체들이 큰 타격을 받았고 결국 대량 멸종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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