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저력, 공동체 회복의 계기로
한국인의 저력, 공동체 회복의 계기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3.09 2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위해 써주세요', `더 많이 기부하지 못해 죄송하다, `익명으로 기부해달라', `마음을 담아서 응원합니다', `밤잠을 잊고 뛰어다니는 보건소 일꾼들에게 바치고 싶다'.

각본 없는 드라마처럼 코로나19로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에 희망의 역사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적은 성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마스크 대란에 손수 면마스크를 만들어 전달하고, 일선 현장에 응원의 손 편지가 곳곳에 전달되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의 마음이 어느 때 보다 뜨겁다.

불안과 공포로 우왕좌왕하던 초기 코로나19 사태와는 달리 희망의 불씨를 키우려는 국민이 팔을 걷어붙였다. 코로나19가 이른 시일 내에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들이 모이면서 온정의 손길이 전국에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 위기 앞에 계층 간, 세대 간 갈등도 무색하다. 그동안 와글와글했던 정치 민심도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대기업과 유명 연예인들의 기부 동참이 이어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고, 건물주들은 임대료 감면에 나서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런가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고통 분담에 나선 사회 분위기 속에서 푼푼이 모은 돈을 아낌없이 기부하는 서민들의 소식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기초생활 보장 대상자인 고령의 어르신은 국가의 도움을 받고 살았으니 이제 국가를 위해서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며 주민센터를 찾아 선뜻 100만원을 두고 가셨고, 평소 아끼며 모아둔 동전과 돼지저금통을 기부하는가 하면, 이동 제한으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홀몸노인들을 위해 갈비탕을 전달하는 등 서민들의 기부가 폭넓게 확산하고 있다.

시민의식도 한층 높아졌다.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신보다 먼저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부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고, 전국의 YWCA에서는 `애프터유'캠페인을 전개하며 배려와 양보를 유도하는 실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캠페인이야말로 건강한 시민사회로 나가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충북 역시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공동모금회가 추진하고 있는 코로나19 특별성금 모금액이 늘고 있고, 도내 여성단체와 봉제교실 수강생들은 면 마스크를 제작해 취약계층을 우선으로 배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상이 급격히 변한 채, 격리에 가까운 생활이 계속되면서 국민 모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감동의 미담은 위기 극복의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인의 저력은 위기의 순간 더 빛을 발한다. 고통을 감내하는 강한 정신력과 연대감은 국가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이는 국가 위기 앞에선 계층도 세대도 무색하다는 것을 지난 역사의 교훈으로 터득한 국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IMF 금융위기, 한국전쟁, 일제강점, 거란침입, 몽골침입 등 지구 상에서 국가가 사라질 뻔한 수차례의 위기를 국민의 힘으로 살려낸 저력이 이번에는 신종바이러스 극복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위기였다면, 이 위기를 극복한 한국은 한 단계 도약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세계 국가의 이목이 코로나19 한국의 대응 능력을 주시하고 있는 것만 봐도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 나은 민주사회 국가로 나아가려면 여야 막론하고 이념과 정치 분열적 모습을 극복하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