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유감
판사유감
  •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3.09 2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법대로 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서로가 한 치의 양보 없이 의견을 말할 때 해결책으로 마지막에 하는 말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시비를 가려보자는 의도와 더 이상 대화로는 안 된다는 감정이 섞여 나타나는 말이다. 법은 냉정하고 공정하게 판단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포함되어 있다.

도서 `판사유감'(문유석 저)은 현직 판사가 집필했다. 법원이라는 곳과 판사라는 직업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가까이 들여 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저런 흉악범의 형량이 저 정도밖에 안 돼? 아니 저런 흉악범은 평생 교도소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범죄에 대한 우리 인식의 평범한 생각에 관하여 저자는 조심스럽게 엄벌주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다음가 같이 이야기해준다.

`한여름이면 35도씩 되는 감방에서 16명이 같이 하루라도 살아본 사람이 있다면 과연 1년이라는 형이 가벼울까? 살인을 저지르고 충분히 반성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중형을 선고하는 것이 옳은 판결일까? 실제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해보면 배심원들의 형량이 판사들의 형량보다 훨씬 가볍게 나온다. 재판 과정에서의 피고인의 앞뒤 상황 그리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본 배심원들이 비록 살인이라고 할지라도 섣불리 중형을 못 내린다.'라고 한다. 형량이 무겁다고 범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프랑스보다 형량이 4배가 무겁다. 그렇다고 범죄율이 4분의 1로 줄어들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라. 나를 따라서 힘차게 외쳐라.”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서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가정법원 판사의 재판 중의 말이다. 자포자기하고 있는 소녀에게 구호복창만의 형을 내린 판사이다. 소녀는 구호를 따라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소녀의 손을 잡아주며 판사는 “법대가 가로막고 있어 안아주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재판을 두고 누구는 감성팔이, 온정주의 재판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법원의 판결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게 교화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영어학원에서 매번 지적당했던 표현이 있다. `all koreans'가 아니고 `almost all'또는 `some'으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모든 것에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한 판사는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상대적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도 항상 틀릴 가능성을 인정하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태도가 판사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이야기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만인 앞에 평등한 것이 아니라 강자는 쉽게 빠져나가고 약자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국민의 정서에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사법부의 판결이 국민은 공정하다는 공감을 주지 못한 까닭이다.

책을 통해 일선의 판사들은 많은 고민과 스스로의 검열, 법의 다양한 해석 등으로 최선을 다하는 판사들이 `almost'라는 것을 느꼈다. 단지 `some'판사들의 문제가 `all'이 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사람들은 논리나 당위로 절대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공감해야 비로소 변화하지요.”라는 말처럼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권위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공감'있는 노력을 `all'판사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