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큰 그림을 그린다
군자는 큰 그림을 그린다
  • 이영숙 시인
  • 승인 2020.03.0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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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이영숙 시인
이영숙 시인

 

코비드 19(COVID 19)문제로 전 세계가 한 가지 주제의 질병코드와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 경보 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 6단계인 판데믹 수준까지 부상할까 우려를 놓지 않는다. 14세기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과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A는 판데믹까지 선언한 세계적인 질병이다. 감염된 쥐벼룩을 통해 시작한 흑사병(페스트)은 1347년부터 1351년 4년 사이에 2천만 명에 육박한 희생자를 발생시킨 세기말적 대재앙이었다.

그 이후 영화계에서는 병균 관련 바이러스를 다룬 영화들을 많이 제작했고 2018년 미국 슈이츠 감독이 제작한 판데믹(Pandemic)은 많은 공포를 남겼다. 주연 의사 로렌 역의 레이첼 니콜스 활약의 이 영화는 몰락한 뉴욕에서 LA로 이동하여 가족과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보호복과 카메라를 장착하고 무차별적 감염자들 속으로 들어가는 이들을 보며 이번 코비드 19로부터 인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 걸고 사투를 벌이는 흰 보호복 차림의 긴박한 현장을 떠올린다. 잠잘 시간과 밥 먹을 시간, 심지어는 미장원 갈 시간도 없어 하얗게 올라온 반백의 머리로 국민 앞에서 브리핑하는 질병 관리대책위원장, 확진 의심을 받고 격리된 젊은 의사들이 의료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장 소식에 투입해 달라고 호소하는 장면, 24시간 접촉 가능자들의 행선지를 꼼꼼 체크하며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밤낮 쉴 새 없이 분투하는 국가기관 관계자들, 코로나 사태가 사라질 때까지 건물 임차료를 경감하거나 받지 않겠다는 건물주들, 확진 의심을 받고 자가 격리된 이웃 현관문에 힘내라는 메시지와 먹을 것을 걸어놓는 사람들이 아직은 더 많은 나라이므로 모두 일사불란하게 따르는 중이다.

빌 게이츠의 우려처럼 앞으로는 세계 각국이 협력하여 미사일보다 미생물 연구에 더 공동 전념해야 할 때이다. 그의 주장처럼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는 판데믹으로 전 세계인의 절반 목숨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 한 지붕이라는 특성상 이제 오늘날의 바이러스는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는다. 인간의 문명이 발달한 만큼 바이러스 또한 신종 형태를 띠며 강력한 숙주를 찾아 새로운 변종을 모색한다. 세계는 이미 도미노처럼 영향을 주는 유기구조를 띤다. 우한에서 발생한 COVID 19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하는 경우를 볼 때, 이제는 `우리나라, 내 가족만 잘살면 된다. 는 의식은 근시안적인 사고이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세계의 시선이 매시간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COVID 19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소인배들이 있고 불분명한 유언비어에 생각 없이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래도 몇몇 의로운 행보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 보여줄 것이다. 무엇보다 성숙한 국민 의식, 시민 의식이 절실한 때이다.

최근 종방한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김사부 역의 배우 한석규의 대사가 이 어려운 시기에 긴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마라.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낭만도 끝이 나는 거다.” 군자 적 사고는 대자 적 사고이다. 전체의 안위가 곧 자신의 안위이다. 이 나라에 의사 김사부의 캐릭터와 닮은 의료진이 존재하고 남의 집 현관문에 음식을 걸어놓는 의인 열 사람이 넘는 만큼 우리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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