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 `운(運)'이 따라야 한다
기자도 `운(運)'이 따라야 한다
  •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20.03.05 2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강원도 원주 `소쩍새 마을'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던 장애인 복지시설로 1990년대 초반 충북 충주에도 분원을 설립했습니다.

`소쩍새 마을' 설립자인 일력 스님은 본인이 장애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활발한 언론플레이를 펼치면서 한때 후원자만 7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시설을 키웠습니다.

제가 신문사에 입사할 때 일력 스님은 한국판 슈바이처 박사로 칭송을 받았고 1995년 7월 선배 기자인 A기자가 대문짝만한 홍보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MBC PD수첩에서 `소쩍새 마을의 진실'이 방송돼 일력 스님의 추악한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는 승려 양성 과정도 거치지 않은 가짜 스님이었고, 착복한 돈을 유흥업소와 도박장에서 흥청망청 쓰는 모습이 영상에 고스란히 잡힌 것입니다.

특히 장애인들을 상습적으로 구타한 것은 물론 취재하던 PD까지 협박한 일력 스님은 결국 구속돼 악행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PD수첩 방송 전날에 홍보기사를 낸 신문사와 A기자에게 항의가 쏟아졌지만 예전에 `소쩍새 마을' 홍보에 앞장섰던 다른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그 여파가 미치지 않았습니다.

A기자는 “어떻게 방송이 나와도 내가 기사를 쓴 직후에 나오느냐”며 “옛날에 기사를 쓴 사람들은 멀쩡한데 나만 바보가 됐다”고 자신의 불운을 한탄했습니다.

A기자는 이런 불운 때문인지 몇 년 만에 언론계를 떠났고 그 후엔 소식을 들을 수 없습니다.



#`한국언론 100대 특종'으로 손꼽혔던 충주호 유람선 화재 사진은 충청일보 우상대 전 사진부장의 특종입니다.

우 전 부장은 일찍 충청일보를 떠나 교단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의 충주호 유람선 화재 사진은 `사진기자 우상대'의 작품으로 영원히 남았습니다.

1994년 발생한 충주호 유람선 화재는 참혹한 피해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화재 순간을 생생히 포착한 우 전 부장의 사진으로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 전 부장은 그 당시 유람선 화재 현장 인근에서 다른 기삿거리를 취재하다 우연히 화재 현장을 목격했고,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 불후의 특종을 건졌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뒤 현장으로 출발했던 다른 사진기자들에 비해 우 전 부장은 `운(運')이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베테랑 사진기자로 실력을 갖췄던 만큼 갑작스런 화재현장에서도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에 덧붙여 `운'도 따랐다는 것입니다.



#최근엔 중국 우한 교민이 수용된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을 찾았던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주민들에게 봉변을 당한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김 차관은 지난 1월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우한에서 귀국 예정인 교민들의 수용을 반대하는 진천 현장을 찾았다가 옷이 찢어지고 머리채를 잡히는 등 봉변을 당했습니다.

제 친구인 경찰 고위 간부에게 “차관이 어떻게 이런 일을 당하느냐”고 물어보자 “우리(경찰)에게 알리지도 않고 현장에 갔다”고 배경을 설명해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밤늦게까지 취재현장을 지킨 B통신사 소속 C기자가 김 차관이 봉변을 당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고, 이 사진이 국내 최대 신문 1면에 실릴 정도로 파급 효과가 컸습니다.

C기자의 특종 사진 역시 `운'이 따랐지만 추운 겨울날에도 취재현장을 지키는 열정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결과로 봅니다.

/현대HCN충북방송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