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우리의 생존 전략
살아남기:우리의 생존 전략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0.03.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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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언젠가 한 책에서 읽은 이야기다. 남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에는 물방울 하나를 보석처럼 여기는 풍뎅이가 산다고 한다. 사막에 안개가 끼기 시작하면 풍뎅이는 이 보석을 얻기 위해 가파른 모래 언덕을 오른다. 언덕의 높이는 대략 100미터 정도 되는데, 몸의 크기가 2센티미터 남짓한 풍뎅이에 견주어 보면 이는 사람이 에베레스트 산을 등산하는 것에 가깝다. 사람은 평생에 한 번도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일이 없지만, 이 풍뎅이는 열흘에 한 번 꼴은 그 등반에 나선다.

등반을 시작한 풍뎅이는 한시도 지체하는 법이 없다. 해가 뜨기 전에 언덕 꼭대기에 도착해야 보석처럼 여기는 물방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가 뜨면 안개가 사라지고, 원하는 물방울을 얻는 것은 어려워진다. 정상에 닿은 풍뎅이는 먼바다에서 불어오는 촉촉한 산들바람을 향해 등을 마주하고 머리를 땅바닥으로 향한 채 물구나무를 선다. 이렇게 물구나무 상태로 서 있게 되면, 풍뎅이 등짝의 돌기 끝에 안갯속의 수증기가 모여 물방울을 형성한다. 물방울이 점점 커지고, 결국 물방울은 무게를 이기지 못해 풍뎅이의 돌기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풍뎅이의 돌기 아랫부분에는 물방울이 잘 구르도록 매끈한 왁스 성질을 띠고 있어서, 경사진 등을 타고 내려온 물방울은 풍뎅이 입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풍뎅이는 안개로부터 물을 만들어내는 그 독특한 방식으로 나미브 사막에서도 생존을 이어간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에서 한 달에 서너 번씩 이런 거룩한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우리에게 하찮은 물방울 한 개를 얻기 위해 에베레스트와 같은 거대한 모래 산을 기어오르는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을 잃어버린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가고 있다. 개강을 해서 북적거려야 할 교정은 방학 때보다 더 조용하다. 마스크 없이는 학생회관 출입이 통제되었고, 실내에서는 회의 때라도 마스크 착용이 일반화되었다. 이미 개강을 2주 연기했지만 늦은 개강 후 2주마저 비대면 수업을 하게 되어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아마도 3월 말이 되어서야 가능해 보인다.

이 모든 상황을 일으킨 주범은 바이러스. 인류는 역사상 여러 바이러스, 세균과 전쟁을 벌여왔다. 10여 년 전인 2009년에도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나라 초, 중, 고가 수업을 쉰 적이 있는데 신종플루로 인한 것이었다. 구약 성경에도 등장하는 한센병은 물론이고, 최근 200년 동안 결핵 역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 수많은 바이러스의 공격 중에서도 우리 인류는 여전히 생존하고 있고, 바이러스를 정복 중이며, 정복된 바이러스 역시 끊임없이 변이 중이다.

풍뎅이의 물방울을 얻는 전략, 바이러스의 생존 전략, 인류의 대 바이러스 전쟁 모두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이 투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하나의 개체가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렸다. 인류의 대 바이러스 대책 역시 우리 각자의 대응에 달렸다. 각자의 대응은 이미 수없이 들어온 가장 기본적인 원칙 즉, 면역력을 키우고 개인위생을 강화하는 것이다. 가능한 자주 손을 씻고, 손으로 입, 코, 눈을 만지지 않으며,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나 옷소매로 입을 가리고, 마스크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 등. 또한 과로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잘 먹고 쉬는 것. 그 간단한 수칙들이 우리를 지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바른 생존 전략일 것이다.

곧 회복될 일상에 희망을 걸면서, 대구 경북을 비롯한 전국의 각처에서 고군분투하며 방역, 진단, 치료를 위해 노력 중인 모든 분들의 안전과 건강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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