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고향의 봄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0.03.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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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요새는 온통 코로나19 사태와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관련 뉴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보다는 비교적 소홀하거나 잘 모르는 이야기이면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현실과 미래에 관해 전달하는 것이 以法傳心 코너의 취지에 부합하는 같아 색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유년시절 고향의 봄은 어머니를 따라 냉이와 달래를 캐면서 짙어진 땅 냄새를 맡고, 봄이 오는 소식에 버들강아지는 더욱 살랑대고 국사봉 자락에서 흘러내려 유독 커진 시냇물 소리에 동네 친구들과 아주 작은 민물조개를 잡아 구워 먹으며 허기를 달래던 풍경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가깝게 교유(交遊)하는 분의 유년시절 고향의 봄은 남녘보다 늦고 춥지만 아버지를 따라 1급수의 수성천(輸城川)에서 어두울 때 뱀장어를 잡고 아직 얼음이 녹지 않은 물길의 돌을 들춰 가재를 잡아 놀던 추억이라고 합니다. 이분의 고향은 함경북도 청진입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죠. 유년시절에는 땅과 바다냄새를 실컷 맡으며 뛰어놀았는데, 그때는 다 커서 고향땅을 밟지 못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분은 특히 지금 그 고향과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결국 아버지를 추억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귀천(歸天)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킬 수도 없었고 남들 다하는 장례조차 치를 수 없습니다. 아버지의 소식을 안 것도 귀천으로부터 3주가 지나서 중국인 브로커 덕분입니다.

헌법 제3조가 선언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규범의 당위와 한반도 분단의 현실에서 오는 괴리는, 대한민국의 통치권은 한반도 전체에 미치는 것이나 북한이라는 사실적 장애에 의해 휴전선 이북지역의 통치권은 정지되어 북한주민이 북한을 벗어나거나 한반도가 통일되는 경우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의 주권은 완전해지고 주권에 기한 통치권은 온전히 회복된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괴리된 통치권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으로「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습니다. 두 법률 모두 남북관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빈번히 적용되는 법은 아니지만 실제로 적용되고 있고 장차 남북의 협력이 활성화되고 동·서독의 경우처럼 왕래가 자유로워지면 우리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특히 앞의 법률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북한과 남한에서의 각 혼인을 중혼관계로써 인정하고(민법상 혼인취소사유인 중혼의 예외) 북한 출신이라고 하여 상속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상속회복청구 등 민법에 대한 특례를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뒤의 법률로 인해 이산가족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장차 발전될 남북관계와 발맞추어 이산가족 생전의 인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사후 장례절차를 위한 고향방문 등을 허용함으로써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데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정부가 시급히 노력해 주기를 바랍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으로부터 비롯된 한반도 평화에 대한 훈풍과 기대는 더 진전 없이 답보상태에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외면되는 특수한 상황을 국민에게 강요할 수 없습니다. 고향의 봄이 같지 않아도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고향의 봄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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