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추어 버린 시간
잠시 멈추어 버린 시간
  • 박사윤 한국어강사
  • 승인 2020.03.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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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어강사

 

햇살이 따뜻하다. 창밖의 풍경을 보며 차를 마신다. 멀리 보이는 산, 나무들,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밖에 나가는 것조차 꺼려지지만 봄은 아주 가까이 와서 내 귀에 속삭인다.

지금은 방학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개강이 늦어지고 있다. 본의 아니게 백수가 되었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 수업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방학이라 시간이 많다고 마음 놓고 놀러다닐 상황도 아니고 원치 않는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뉴스를 본다.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이 더 확산하지 않았는지 사망한 사람은 없는지 온통 코로나19에 관한 뉴스만 검색하게 된다. 왜냐하면 코로나19가 잠잠해져야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시간에 쫓기고 바쁘게 살던 생활에서 한가한 시간이 지속되니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이참에 좀 푹 쉬어야겠다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무엇을 해야 하나? 집안에서 왔다갔다 안절부절못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도 적응되었다. 온종일 집에 있으면 갑갑했는데 이젠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편하고 좋다. 바삐 돌던 시곗바늘이 느리게 도는 것 같다. 그리고 내 마음의 시계는 잠시 멈추어져 있다.

하루 이틀 집에 머물다 보니 안 보이던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쌓여 있는 먼지, 책장의 책들, 음악 소리 등 집에 있어야 할 이유가 점점 많아졌다. 친구가 전화해서 잠깐 나오란다. 집에 할 일이 많아서 못 나간다고 말했더니 무슨 할 일이 많으냐고 묻는다. 나도 몰랐다. 집에 할 일이 많이 쌓여 있는 줄.

그동안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올 때가 잦아서 집에 들어오면 씻고 자기에 바빴다. 아이들 크는 내내 일하느라 아이들과 대화 나눌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엄마와 같이 시장도 보러 다니고 얘기할 시간도 많아진 것 같아서 좋다는 말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렇다. 핑계겠지만, 그동안 그럴 시간이 없었다. 어느새 다 커 버린 아이들.

내가 먼저 출근하는 날이 많아 직장 다니는 딸의 도시락을 싸 줄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침마다 딸 도시락을 싼다. 딸이 자기가 돈 벌어 올 테니까 날보고 집에 있으란다.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이런 게 행복이라는 걸 왜 모르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늘 소확행을 꿈꾸며 산다면서도 욕심만 부렸던 것 같다. 일에 욕심을 부렸고, 돈에 욕심을 부렸고, 인간관계 등 많은 것에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어제오늘 갑자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인심이 흉흉해지고, 가짜뉴스가 판치며,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전염병이 무섭게 번져 나 역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여러 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가? 자신뿐만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각자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여 이번에도 지혜롭고 슬기롭게 대처하리라 믿는다.

잠시 멈추어 버린 시간 속에서 불안한 마음과 걱정된 마음은 뒤로하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런저런 괴이한 소문에 동요하지 말고 차분히 행동하며 중심을 잘 잡고 대처한다면 항상 그랬듯이 우리는 이 상황을 잘 극복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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