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재발견
꽃의 재발견
  • 조유정 NH농협은행 충북영업본부 주임
  • 승인 2020.03.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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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조유정 NH농협은행 충북영업본부 주임
조유정 NH농협은행 충북영업본부 주임

 

얼마 전 사무실 파티션 사이사이로 꽃이 피어났다. 특별한 일을 축하하기 위한 꽃이 아닌 코로나 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한 꽃들 이었다. 새하얀 인공조명아래 아름답게 수놓아진 꽃의 모습은 꽤나 생경했다. 꽃에 대한 평소 생각은 언젠가 시들어 말라버릴 존재 정도였지만 살아있는 식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 텀블러를 꽃병삼아 무심히 꽂아 두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시선이 모니터가 아닌 꽃으로 자연스레 향하게 되는 것을 느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안정되고 피로가 회복되는 것 같았다. 눈길을 주는 것만으로 나에게 이토록 편안함을 주었던 것이 있었는가? 가까운 과거를 쭉 돌이켜 볼 만큼 일상 속 꽃이 선사하는 즐거움에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유럽 등 화훼선진국에서는 꽃이 생활의 일부이다. 일상 속 화훼소비의 비중이 전체 생산량의 60%에 달할 정도로 일상생활 속 꽃과 함께하는 문화가 깊게 자리 잡은 것이다. 서양영화에서도 등장인물이 꽃 가판대에서 생화를 구매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생화는 대개 신문지로 투박하게 포장되는데 그것은 선물용이 아닌 집 꾸미기나 기분전환을 위한 일상소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화훼소비액은 1만4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고 그마저도 졸업, 생일, 승진 등 선물을 위한 소비가 85%를 차지한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의 인식 속에 꽃은 예쁘지만 언젠가 말라버리는 돈 아까운 선물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내 지자체와 기업들에서는 일상 속 화훼소비를 정착시키고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한 일환으로 사무실 꽃 생활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꽃은 눈이 즐겁기 위한 관상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이는 꽃을 충분히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의 선입견에 불과하다. 꽃을 보고, 향기를 맡고, 관리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는 오감으로 느끼는 만족감과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다. 또한 꽃은 학습과 업무 효과를 증진시키는 효과도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연구진의 실험결과에 의하면 학습 및 수면 단계에서 꽃향기를 맡은 학생의 학습 성취도가 평균 30%이상 높았다고 한다.

새삼 자연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은 심미적인 것에서 심리적인 것까지 무한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화 제작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실제 꽃이 줄 수 있는 영향력 수준에 영원히 미칠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꽃 몇 송이는 전체 자연의 규모로 보았을 때 매우 작은 조각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로인해 다채롭게 변화한다. 그러므로 일상 속으로 꽃을 받아들이는 문화에서는 꽃이 교환되는 돈 가치를 넘어 선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 화훼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꽃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다.

코로나 19 전염병 확산으로 마음속에 가득 찬 불안과 두려움을 꽃으로 치유해 보는 것을 어떨까. 코로나 19 백신은 아직 개발 중에 있지만 우리 마음의 백신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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