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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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20.03.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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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마른 잎들만 수북했던 화단이 시끄럽다. 화려했던 지난 시간이 다시 올까 하는 나의 염려와는 다르게 화단 여기저기서 새싹들이 움을 틔우고 있다. 튤립과 수선화, 할미꽃, 돌단풍은 땅을 비집고 올라오고, 라일락, 목련, 진달래는 통통한 몽우리에 살을 찌우느라 부산스럽다.

이맘때면 남도의 꽃 소식에 연일 신문과 방송에서 요란할 텐데 요즘은 꽃들이 피어도 관심을 줄 수가 없다. 오히려 매화꽃을 보러 가는 것이 민폐가 될 지경이다. 코로나19는 전국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다 봄마저 빼앗길까 걱정이다.

한동안 몸도 마음도 지쳐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 그 소원을 누리고 있다. 모든 수업도 중단이 되고, 친목 모임도 취소가 되어 자의 반 타의 반 집에만 갇혀 지내는 셈이다. 그동안 읽고 싶어도 시간에 쫓겨 읽지 못했던 책들이 많았다. 이참에 책더미들을 하나씩 줄여가자 생각하니 위안이 된다. 지금은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제일 안전하다. 그래도 슈퍼도 가야 되고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을 때면 나가야 하는데 그때는 꼭 마스크를 쓰고 나가야 한다.

전쟁이 따로 없다. 마스크 구하기 전쟁. 요즘 앉아서 하는 일이 인터넷쇼핑몰에서 마스크를 검색하는 일이다. 좀 비싸지만 구할 수 있으면 먼저 구매하는 게 우선이다. 그도 온전히 도착이 될 때까지는 안심할 수가 없다. 분명 가격까지 다 치르고 올 때를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기일이 이삼일 지나 품절이라 배송이 안 된다는 문자를 받은 게 벌써 세 번째다.

어제는 줄 서기까지 했다. 내가 방송에서 보았던 줄 서기를 할 줄은 몰랐다. 마스크를 구하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마트에서 두 시간 남짓 기다려 마스크 두 장을 샀다. 허탈했다.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 걸까. 또 얼마나 지나야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우리 집은 아직 마스크가 열 장 정도 남아 있다. 그런데도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 왔다. 물론 마스크가 정말 급해서 사러 간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여유분이 있음에도 또 사러 가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그건 불안에서 오는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 마트의 라면이 동나는 것도 그 연장 선상이다.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가 느는 상황에서 무언가 안전한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진앙지, 물론 처음 시작은 그곳이 아니었다손 치더라도 누가 뭐래도 분명 이번 사태의 최대 진앙지라고 해야 옳다. `신천지교'다. 그동안 베일에 싸인 종교였다. 가족도 모르고 친구도 모르는 신자들의 정체, 자신들의 종교를 알리지 못하는 곳이 정말 믿음을 주는 곳일까. 그런 종교의 지도자가 어제 드디어 국민들의 앞에서 사죄를 했다. `평화의 궁전'이라는 현판이 걸린 문 앞에서 그는 국민들에게 사죄의 절도 두 번이나 올렸다. 정말 궁금했다. 그렇게 중독성이 강한 종교의 수장이 누굴까. `이만희 교주'를 보는 순간 배신감이 들었다. 그의 말은 그저 바람이었다. 자신의 말도 아닌, 비서의 말도 아닌, 중언부언하는 그 모습을 보고 어떻게 따르고 믿는다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비밀이 필요할까.

자연은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감추려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진실은 밝혀지게 될 것이다. 마스크로 아무리 입을 가려도 그 목소리는 감출 수 없듯이 말이다. 이제 머잖아 꽃들은 자신의 비밀스런 모습들을 아름답게 보여 줄 것이다. 부디 자연의 가르침에 두 귀를 활짝 열고 들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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