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물개 설화로 푼 제주 해녀이야기
아일랜드 물개 설화로 푼 제주 해녀이야기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3.03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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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활동 오미경 작가 동화책 `물개할망' 출간
다채롭게 표현된 바닷속의 풍경 오감만족 선사
아이·엄마·할망의 업 그리고 여성에 대한 헌사

 

청주에서 활동하는 동화작가 오미경씨가 제주 해녀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물개할망'을 출간했다.

이 책은 거친 바다와 바람을 품고 사는 제주도의 해녀와 아일랜드에 전해지는 물개 설화를 하나로 엮어 빚어낸 동화다.

특히 날씨와 아이의 심리에 따라 다채롭게 표현된 바다를 눈으로 보고, 제주도 방언과 숨비소리를 귀로 듣고, 주인공을 따라 숨을 참고 바닷속 체험을 하면서 오감으로 감상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그림은 이명애 작가가 참여했다. 검은색의 해녀와 형광 주황의 테왁은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매력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또한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닷속 풍경을 시각적 이미지로 녹여내며 상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오 작가는 “오래전 물개가 가죽을 벗으면 사람이 된다는 물개 요정의 이야기를 보고 매료되었다”며 “외로운 어부가 물개 가죽을 감춘 뒤 물개 요정과 함께 아이를 낳고 사는 이야기로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과 비슷한 유형의 이야기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야기 속에서 물개 요정은 물개 가죽을 찾고서, 아이를 뭍에 남긴 채 바다로 돌아가고 만다. 아이를 남겨두고 돌아갈 수밖에 없는 물개 요정의 아픔과 남겨진 아이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마치 내가 겪은 듯 통증이 느껴졌다”면서 “물개 요정과 해녀, 이 둘이 마법처럼 만나면서 그들이 거친 바다로 뛰어들어가 두려움도 참고, 숨을 참을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물개할망'을 쓰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생명을 잉태하고 끝끝내 지키는 여성의 서사를 담고 싶었다”는 그녀는 “바다에서 온갖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는 용왕할망, 자식을 키워내고 손녀까지도 도맡아 키우는 할망, 그리고 그 업을 잇게 될 아이까지, 이 그림책은 여성의 이야기로, 생명을 보듬는 여성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고 들려줬다.

해녀에 관한 이야기지만 독자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 작가는 “그림책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기는 장르이니 아이는 아이의 눈으로, 어른은 어른의 눈으로, 그리고 읽을 때마다 보이는 것이 다르고 느낌이 다른 그런 책”이라며 “물개할망을 어렵다고 하는 독자들이 가끔 있는데 올바른 답이 있는 게 아니므로 각자 자유롭게 읽고 느꼈으면 하고, 이 책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녀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환기시키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미경 작가는 1998년 동화로 등단했다. 저서로 `똥 전쟁', `꿈꾸는 꼬마돼지 욜', `교환일기', `선녀에게 날개옷을 돌려줘' 등이 있다. 2012년 `사춘기가족'으로 올해의 아동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연지민기자
annay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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