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인 부총리
울먹인 부총리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3.02 2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장사한 지 30년 만에 이런 경우를 처음 겪는 것 같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61, 남). 그는 지난 주말 이틀간 가게 문을 열었다가 단 한 팀의 손님도 받지못하고 휴업을 할지말지 고민 중이다.

불과 열흘전 만 해도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남아있던 충남 천안시가 갑자기 `패닉'에 빠졌다. 지난달 2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불과 엿새만에 총 68명(1일 현재)이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음압병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인구 1000만명에 가까운 서울에서 91명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천안시가 대구 못지 않은 `슈퍼 전파' 지역이 된 것이다.

기하급수적인 확진자 수 급증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상권은 초토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식당, 학원, 숙박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말 사이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나자 시민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업소마다 매출이 급감했다. A씨의 경우처럼 손님은 없고 직원들만 있는 식당들이 속출했다. 도심 거리는 차량 통행량이 평소의 1/3에 불과할 정도로 한산하고 마트에는 식빵과 라면 등 먹을거리를 사려는 시민들이 북적였다.

A씨는 “IMF사태, 사스, 메르스를 다 경험해 봤지만 이렇게 텅 빈 가게를 지키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부가 방송에서 외출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을 보고 당분간 식당 문을 닫을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정부 방역당국은 1일 공식적으로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이날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정례브리핑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조했다.

그는 “3월초까지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중요한 시점”이라며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고 주말을 맞아 각종 집회나 제례·종교행사 등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65세 이상자, 만성질환자, 임산부 등의 다중 집합 장소 방문을 만류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8일에도 “코로나19의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며 “바이러스 접촉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다중 만남, 집회, 외출 자제 등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정부의 권고에 관계없이 이미 천안은 지역 시민들 스스로 `자발적' 자가 격리에 익숙해진 모습이다. 하루 20여명 이상 확진자가 급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일요일에는 도심 거리가 텅 빌 정도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생필품을 사러 마트에 가는 경우 등 꼭 필요한 이동을 제외하면 대부분 시민이 집에서 가족들과 주말을 보냈다. 주변 관광지나 유원지, 식당가, 극장, 백화점 등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2일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 당정 협의회에서다.

그는 “확진 환자도 꼭 이겨내야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지금 어려운 소상공인도 더 버텨야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하면서 울먹이며 한 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국가 경제와 함께 소상공인들도 챙기는 진정성 있는 추경예산안의 편성과 실행이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