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와 총선정국
영화 `타짜'와 총선정국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03.01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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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영화 `타짜'에서 주인공 고니(조승우)가 화투판의 악당 아귀(김윤석)과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는 상황을 마음속으로 표현한 대사다.

요즘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청주지역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내 갈등상황은 흡사 영화 타짜에서의 치열한 `수 싸움'을 연상케 한다.

비슷한 나이에 선수까지 4선으로 같은 청주지역 오제세, 정우택 국회의원의 5선 도전기는 입장만 바뀐 비수꽂기나 다름없이 전개되고 있다.

먼저 민주당 오제세 의원(71)은 청주 서원구선거구 경선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컷오프(공천배제)가 결정됐다. 그러자 오 의원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런 결정이 나와 억울하다”며 재심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16년간 동고동락했던 당에서 자신에게 비수를 꽂은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 의원은 민주당의 현역 국회의원 평가에서 불이익이 주어지는 하위 20%(경선 시 20% 감산)에 포함된 사실도 털어놨다.

오 의원은 현재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에 맞서 당내 공천경쟁에 나섰던 이광희·이장섭(가나다순) 예비후보로선 공천장을 받는다고 해도 오 의원의 선택에 따라 표분산이라는 본선경쟁력을 크게 상실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비수가 비수를 부르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는 것이다.

선거구 변경과 전략공천이 확정된 미래통합당 정우택 의원(67·청주 상당)은 반대의 상황을 맞고 있다.

정 의원은 친분관계가 있는 이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선택을 한 셈이 된다.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험지출마를 권고받고 선거구를 바꿨다. 그 험지는 청주 흥덕선거구다.

흥덕에는 통합당 예비후보만 4명이 등록해 치열한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상당수는 정 의원과 각별한 친분관계를 맺어왔다. 그런 점에서 비록 중앙당의 권고에 따라 선거구를 바꿨더라도 친분관계가 틀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양희 예비후보는 대표적 정우택계열로 손꼽히던 인사다. 정 의원이 충북지사 재임시절인 지난 2007년 개방형 공모제를 통해 충북도 복지여성국장에 임명됐다. 김 예비후보는 이를 발판으로 2010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충북도의원이 돼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도내 여성 최초의 도의회 의장과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흥덕) 등 승승장구해 왔다.

이규석 예비후보는 도당 사무처장 등 당직자의 입장에서 정 의원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중앙당의 흥덕 전략공천 결정으로 정 의원이 자신의 지인들을 막아서는 모양새가 됐다.

영화 타짜의 명대사 중 하나인 “이 바닥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어”가 새삼 떠오르는 대목이다. 영화에서 고니는 평경장(백윤식)으로부터 기술을 배워 타짜의 길로 들어선다. 평경장은 타짜 기술을 배워 독립하는 고니에게 마지막 가르침으로 이 대사를 남긴다.

화투판이든 정치판이든 `수 싸움'은 `수 싸움'으로 끝나야 한다. 비수가 돼 상대방에게 꽂히면 그 순간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선거판에선 누가 옳고 누가 그름도 없다. 다만, 서원구와 흥덕구 선거판이라는 경쟁의 장에 오른 예비후보 모두 선거에는 지더라도 사람을 잃지 않는 선택을 하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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