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은 우리 자신의 역사이다
문화유산은 우리 자신의 역사이다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20.03.0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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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최초의 사람(Homo)속으로 분류되는 손쓴사람(能人, Homo habilis)은 갱신세(新世)의 시작과 함께 약250만 년 전에 출현하였다. 이들은 발달한 지능과 도구제작 능력을 갖고 있었다.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자갈돌을 깨서 도구[石器]를 만들어 쓴 사람이다. 이 도구가 인류가 남긴 최초의 문화유산이다. 이후 오늘날까지 인류는 땅 위에 살면서 다양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지층이 깎이고 덧쌓이는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이들 문화유산은 제작된 순서대로 켜켜이 쌓여 땅속에 묻히었다. 오랜 인류역사를 밝힐 수 있는 고고학 자료이다. 이를 매장문화재라 한다. 이 자료들은 인류가 수천, 수만, 수백만 년에 걸쳐 어떻게 살아왔고,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여 이겨냈는지를 시간여행을 함께하며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우리 자신의 역사이기에 보존할 이유가 있고, 후세에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본 타나무카이하라(田名向原) 유적공원과 박물관은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2016년 6월 일본 수도대학동경(首都大學東京)에서 개최한 제8회 아시아구석기학회에 참가하여 타나무카이하라 유적공원과 구석기시대 박물관을 답사하였다. 이 유적은 토지구획 정리사업을 계기로 1997년 발굴하였고, 1999년 국가사적으로 지정(730㎡)되었다. 이후 사적을 보존 활용하기 위한 공간(약 4,000㎡)과 부대시설 공간(약 4,000㎡) 등 8,000㎡를 정비 복원하여 2007년 유적공원을 개원하였다. 구석기, 죠몽, 고분시대의 3시대를 학습할 수 있는 유적공원이다. 유적 공원에는 약 20,000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 집자리를 발굴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해 놓았고, 약 5,000년 전 죠몽시대의 집자리가 복원되어 있으며, 약 1,400년 전 고분시대의 고분 3기가 복원되어 있다. 또한 지표부터 단구 자갈층까지 지층을 전사(轉寫) 복원 전시하여 유적의 형성환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타나무카이하라유적 구석기시대 박물관은 유적공원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유적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출입구를 중심으로 전시실(오른쪽)과 체험교육실(왼쪽)로 구성되어 있으며, 타나무카이하라 유적의 학술적 보급과 교육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크지 않은 규모의 전시실에는 출토된 다양한 유물을 비롯하여 구석기시대 집자리의 복원 전시 및 생활상을 복원한 디오라마, 죠몽시대의 토기,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짜임새 있게 전시되어 있다. 체험교육실에서는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 관찰하고, 느끼며, 체험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사를 이해하고 있다. 복합유적(구석기, 죠몽, 고분시대)을 보존, 정비, 복원한 유적공원과 전시와 보급, 체험교육을 할 수 있는 박물관이 조화를 이루며 운영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문화유산의 보존, 복원, 전시 및 교육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충청북도에는 사적 제319호 청주 신봉동백제고분군(백제고분, 1987년 지정)에 세워진 “청주백제유물전시관”(2001년 개관), 사적 제398호 단양 수양개선사유적(구석기유적, 1997년 지정)에 세워진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2005년 개관), 충청북도 기념물 제126호 충주 조동리 선사유적(청동기유적, 2002년 지정)에 세워진 “조동리선사유적박물관”(2005년 개관) 등 3개의 지정된 유적과 유적박물관이 있다. 이들 유적에는 당시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없고, 박물관은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타나무카이하라유적과 같이 충청북도에도 지정된 유적과 유적박물관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과거 역사를 찾아가는 시간여행을 함께할 이야깃거리가 매우 제한적이다. 미래세대에 우리 자신의 역사를 이야기해 줄 교육활동도 없다.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현재의 인식수준이다. 문화유산은 누구의 소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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