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接觸)
접촉(接觸)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20.03.0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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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특별하지 않던 호모사피엔스가 지구 최강자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적 연결 때문이다. 인간의 가장 강력한 생존 무기는 `사회성'이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와 정보를 나누고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와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맹수인 야생동물을 포획하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협동이 필요하다. 수십 명의 사람이 사냥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져야 하고 소통을 위한 언어와 동일한 가치관 공유가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을 갖춘 집단은 사냥에 성공하고 종(種)을 진화시킨다.

인간의 뇌가 발달한 이유는 물질세계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관계 탐구를 위해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올바로 행동하기 위해 수많은 상황예측이 필요하다. 뇌는 예측하고 행동하는 기관이다. 생존을 위해 타인의 감정과 행동을 예측하고 연결하기 위해 뇌를 발달시켰다. 그래서 인간의 뇌를 `사회적 뇌'라 부른다.

연결을 위해서는 `접촉과 소통'이 필요하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깊은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신뢰와 애착' 때문이다. 믿지 않는다면 사랑하지 않는다면 연결될 수 없다. 우리 뇌는 신뢰와 애착을 강화하기 위해 `옥시토신'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만들어 냈다. 신뢰와 애착을 위해 `옥시토신' 이 필요하다. 옥신토신은 `눈 맞춤과 접촉'으로 생산된다. 눈 맞춤과 접촉이 옥신토신을 만들고, 옥시토신은 신뢰와 애착을, 신뢰와 애착은 사회적 연결을 강화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 수는 150명이라고 한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는 더 큰 연결이 필요하다. 보편적인 공통의 기호와 믿음체계가 요구된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종교와 사상'이다. 같은 종교와 사상을 공유한 사람들은 거대한 사회적 연결을 이루고 문화와 사상의 단일 공동체를 만들었다. 이것이 지구 문명을 지속시킨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일상적 삶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미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초반에 잘 관리하던 우리나라도 신천지라는 복병을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공동체로 연결된 상황에서 전염은 한 국가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국경을 봉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던 사회적 연결이 역설적이게도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산하는 매개가 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적 사회 격리라고 한다. 최소한 1~2주 정도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홀로 지내라는 것이다. 격리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진정시키는 효과적인 무기가 된 셈이다. 인류생존의 파트너였던 접촉이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격리가 바이러스를 진정시키는 치료제가 된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격리와 봉쇄가 다른 사람, 다른 국가, 다른 믿음에 대한 혐오와 차별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한 방법이 공멸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물리적 격리는 필요 하지만 연민(憐愍)의 정신적 접촉마저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방역과 치료의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에게 깊은 존경을 보낸다.

이들이 보여주는 `연민의 접촉'이 코로나 19를 퇴치할 가장 강력한 항생제다. 전 세계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접촉과 연결이 바이러스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낸다. 이 엄중한 시기에 불필요한 비난과 대책 없는 정치 공세는 사라져야 한다. 진정한 미래통합은 연민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어려운 시간이 지나면 분명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성숙한 사회, 언론의 자유가 확장된 사회, 첨단기술이 발달한 사회 그리고 책임 있는 행정체계가 작동하고 있는 사회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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